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보다는 어느정도 수익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B형 수익률 바닥…퇴직연금도 굴려라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제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으로 분류된다.
지난 3월 말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85조2천837억 가운데 DB형이 60조856억원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DC형은 21.2%(18조893억원)로 상대적으로 가입이 저조했다.
DB형은 회사가 투자로 손실을 내더라도 직원이 퇴직할 때 미리 계산된 퇴직금을 줘야 하지만,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분기별이나 매년 정해진 계좌에 넣어주면 개인이 운용해 자금을 불리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DB형의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대부분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DB형의 수익률은 날로 바닥을 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가장 많이 운용하는 삼성생명[032830](10조5천억원)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2012년 1분기 1.13%에서 올해 1분기 0.80%로 '제로 수익률'에 가깝다.
HMC투자증권[001500](4조8천억원, 0.84%), 신한은행(5조원, 0.79%), 우리은행(3조9천억원, 0.78%), 국민은행(3조6천억원, 0.77%)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는 상품에서는 아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는 곳도 허다하다.
LIG손해보험[002550]은 -1.05%의 수익률로 금융권 꼴찌 수준이다. 대우증권[006800](-0.38%), 흥국생명(-0.19%), IBK연금보험(-0.17%) 등에서도 마이너스 수익이 났다.
이처럼 은행의 퇴직연금예금 수익률이 안좋은 것은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는 탓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제 퇴직연금도 맡겨두는 개념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형상 국민은행 세종로지점 부지점장은 "퇴직연금을 주로 정기예금 위주로 운용하는 게 문제"라면서 "정기예금 위주 퇴직연금은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거의 수익률이 제로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지점장은 "미국의 노후 관련 상품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도 투자형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 펀드상품은 수익률이 예금에 비해 높은 편이다. 꾸준히 늘어나는 퇴직연금 수요에 맞춰 장기 수익률이 뛰어난 기존 펀드와 운용 전략을 맞춘 퇴직연금펀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양희종 우리은행 퇴직연금부장은 "퇴직연금을 예금에 몰아넣을 게 아니라 일정부분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라도 투자형 상품으로 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와 달리 외국에서는 전체 퇴직연금 자산이 DB형보다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쏠려 있으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산운용사가 은행보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주식투자가 손실위험이 커 보이지만,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경우 채권투자만큼 안정적이며 상대적으로 수익률도 높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DC형만으로 불안하다면 안정적인 DB형과 고수익의 DC형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는 혼합형 상품 가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DB형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안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
황재석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운용팀장은 "10년 이상 퇴직연금을 부어야 할 30∼40대 직장이라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 근로자들은 안전한 예금에 넣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20∼40대 직장인은 연금저축, 안정적인 적립에는 연금보험이 적격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각각 '기초 생활'과 '안정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개인연금은 '여유 있는 삶'을 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개인연금의 상품 종류에는 크게 세제 적격연금인 '연금저축'과 세제 비적격연금인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연금저축 상품은 5년 이상의 기간에 개인이 낸 금액을 적립해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장기 저축상품이다.
연금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에 나눠 받아야 하며 수령 시 연금소득에 대해 5.5% 세율로 과세한다. 만약 일시금으로 받으려면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연금저축은 매년 납입액에 대해 4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혜택도 있다. 적립금은 개인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나 연간 1천800만원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연금저축보험'이라는 상품 이름에 매월 정액 보험료 납부 방식으로 보험사, 은행, 증권사 등에서 판매한다.
다만, 연금 수령방식이 생보사는 종신형인데 반해 손보사는 최대 25년인 점이 다르다.
은행은 '연금저축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은행에서 판매하며, 납부방식이 자유적립식에 적용금리가 보험사처럼 공시이율이 아니라 실적배당형이라는 점이 다르다.
자산운용사에서는 '연금저축펀드'라는 이름으로 증권사와 은행에서 판매하며 보험료 납부방식은 자유적립식에 적용금리는 실적배당형이다.
자산운용사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 상품은 보험사와 은행과 다르게 주식 등 고위험 투자에 따른 원금 소실 가능성이 있고, 예금보호 대상도 아니다. 다만, 펀드재산이 신탁회사에 별도로 위탁 보관되고 있다.
세제 비적격연금인 연금보험 상품은 계약일로부터 10년 이상 유지해야 받는 연금액에 대해 소득세가 비과세되는 형태로 운영한다.
또 10년 이내 해지하면 보험차익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는 게 특징이다.
소득공제는 되지 않으나 기준 계약기간을 채우면 소득세가 비과세되는 연금이며 생보사에서만 판매한다.
연금보험과는 다르게 변액연금보험은 연금개시 전까지는 투자수익률에 따라 연금을 적립하고, 연금개시 후에는 공시이율에 의해 적립금을 분할 지급하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20~40대 직장인이라면 연말정산 때 세제혜택을 주는 연금저축이 좋다고 조언한다. 연금저축은 연금보험 가운데 유일하게 근로자에게 세제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직장인 중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변액연금보험은 채권과 주식에 투자한 수익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결정돼 일반 연금보험보다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변액연금은 주식시장이 불황일 때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존재한다.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별도의 비용 없이 채권형 펀드로 갈아탈 수 있으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이미 낸 보험료는 보증한다.
반면, 안전하고 꾸준한 연금적립을 원하는 중장년층이라면 일반 연금보험이 2천만원 이상이면 과세를 하는 은행권 저축상품들보다 좋은 대안이다. 가장 큰 장점은 공시이율 상품으로 수익률 손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매우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또 세제혜택은 없지만 10년이 지나면 비과세 혜택을 받아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을 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