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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금융사고와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 그에 따른 금융당국의 중징계 등으로 휘청대는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과 도약을 기대하는 '가뭄의 단비'를 만났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진 뒤 KB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가 "뜻밖의 낭보"라며 반색한 것도 최근의 침체한 그룹분위기를 반영한다.
게다가 인수작업이 원만히 마무리될 경우 KB금융지주는 12개 계열사에 증권을 제외한 금융 전분야를 망라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탄탄한 위상을 갖게 된다.
2013년 회계 기준 LIG손보의 직원은 3천500명, 자산은 20조7천억원, 당기순이익은 1천172억원이다.
이를 더하면 KB금융계열의 직원 수는 2만8천500명, 자산은 408조3천억원, 당기순이익 1조4천억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한다.
자산 기준으로 2위인 하나금융지주[086790](383조원)와의 격차도 더 벌릴 수 있게 됐다.
KB금융으로서 또 하나 기쁨의 이유는 지리한 '인수합병(M&A)'의 악몽을 떨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KB금융[105560]은 2006년 외환은행, 2011년 우리은행, 2012년 ING생명 인수에 나섰다가 좌절한 경력이 있다.
외환은행은 인수 경쟁사인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론스타와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론스타에 대한 '먹튀' 논란과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2011년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에 따라 승부수를 띄웠으나 '메가뱅크' 논란 등 금융권 안팎의 반대여론에 밀려 M&A카드를 접었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고가매입' 논란 속에 사외이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작년에는 우리투자증권패키지딜에 도전했다가 NH농협지주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KB금융이 이처럼 M&A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국민은행에 대한 과도한 의존(매출 기준 83%)을 낮추고 사업포트폴리오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KB금융의 M&A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는 증권업체의 인수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이후 매물로 나올 대우증권[006800] 등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보다 인수가액을 낮게 적어내고도 LI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KB금융이 선정된 것은 이러한 안팎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IG손보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이 롯데보다 KB금융을 선호했고 브랜드 가치로 볼 때 시너지 창출의 효과가 KB쪽에 더 있었다는 후문이 나온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임영록 회장을 비롯한 지주사 임직원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월말 주주총회에서 LIG손해보험 인수계획을 공식화한 뒤 두 달여간 정성을 쏟았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내분사태로 그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매주 임원회의를 주재하며 준비상황을 체크했다.
실사작업에는 경쟁업체보다 많은 6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인수의지를 대내외 알리기도 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고생한 것으로 치면 말도 못한다"며 "협상기간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인 대응으로 승인작업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IG손보가 계열사로 편입되기까지 KB금융지주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금감원 징계에 따른 리더십 공백 가능성, 자회사 편입승인 과정에서 경영실태 평가, 합병 이후 성장비전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KB금융의 또다른 관계자는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성공적으로 인수를 매듭해 그룹의 도약 발판이 되도록 전 임직원이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