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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협약 돌입' 기로에 선 동부그룹 어떻게 되나>(종합)

(서울=연합뉴스) 옥철 이지헌 기자 =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워크아웃 전 단계인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하기로 함에 따라 동부그룹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산업은행 류희경 수석부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을 동부제철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류 부행장은 전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자율협약 돌입 문제를 협의했다. 따라서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향후 구조조정은 철처하게 채권단 주도 하에 진행될 전망이다.

동부제철은 담보여력이 떨어진데다 시장을 통한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있다.

또 그동안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동부 패키지' 인수를 검토해온 포스코는 인수를 포기, 매각 작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지분을 경쟁입찰을 통한 개별매각으로 전환해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협약 돌입과 동부패키지 인수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동부그룹 측은 "그동안 채권단이 자산 매각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채권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부그룹 측은 이어 "3∼4개월간 끌어온 패키지 매각 협상이 무산된 만큼 원점에서부터 매각 작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그룹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처분해 동부제철의 유동성을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측의 실사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입장 발표가 미뤄지면서 매각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은 동부그룹이 지난 연말 발표한 약 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현재는 동부그룹 구조조정 이행목표가 2조7천억원 정도로 줄었다.

동부그룹 측은 두 자산의 패키지 매각으로 1조5천억원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포스코 측은 7천억원 미만의 가격으로 인수를 저울질해 가격 차가 컸다.

개별매각 작업이 원점부터 재검토되더라도 최소한 수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동부제철의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동부그룹에서 이행된 자구안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3천100억원)과 동부특수강(1천100억원), 당진항만(1천500억원) 지분 매각뿐이다.

동부특수강과 당진항만 지분은 일단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돼 제3자 매각을 검토 중인 매물이다.

또 동부특수강 지분 중에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약 25%)을 되사기 위해 드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매각 대금이 모두 동부제철에 투입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동부특수강 인수에는 현대제철[004020], 세아특수강[019440]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000990] 매각은 인수의향서 검토 절차 등을 밝고 있지만 아직 가닥을 잡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동부와 채권단은 김 회장의 사재출연 '용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신속한 구조조정 이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동부 측은 김 회장이 동부화재[005830] 지분 매각 등으로 마련한 사재 1천억원 중 8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에 지원하겠다고 산업은행 측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상의 사재출연 용처 변경을 요청했으나, 산업은행 측은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의 개인 지분이 100%인 회사라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재출연 금액은 전체 2조7천억원의 구조조정 이행 목표 중 극히 일부분인데 그것 때문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김 회장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약 13%)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채권단의 요구와 동부화재 지분은 동부제철의 유동성과는 관련이 없어 내놓을 수 없다는 오너 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장남 남호씨 지분과 관련해 산업은행 측은 "채권자가 남의 재산을 맘대로 가져와라 말라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결국 김 회장의 경영권이 문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대해 산업은행 측은 "경영권은 목표가 아니다. 김 회장이 잘해서 정상화를 잘할 것 같다. 누구에게 경영권을 주느냐 안주느냐 하는 건 목적이 아니고, 정상화하는 수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