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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충분히 소명" vs 이건호 "성심껏 설명">(종합)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26일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다소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임 회장은 이날 오후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10여분 전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금감원에 들어섰다.

그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수십명의 취재진을 보자, 미리 마련돼 있던 포토존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장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11층으로 올라갔다.

취재진이 그를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 내자 "충분히 소명하겠다"고만 짧게 말하고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임 회장보다 1시간30분가량 뒤에 금감원에 들어선 이 행장은 다소 여유있는 모습으로 포토존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소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성심껏 제 입장을 설명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앞으로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예단해서 얘기하지 마시고…"라며 자세히 언급 하지 않았다. 임 회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임 회장과 마주치는 것을 의식한 듯 11층 대기실로 곧바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 9층에서 소명 내용을 점검하기도 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카드 정보 유출, 전산시스템을 둘러싼 내분 등으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변경은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이기 때문에 지주사에서 은행 결정에 관여하기 어려웠고,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당시 책임질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감독기관이 인지하기 전에 자진 신고한 자는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종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금감원에 출석하면서 "회사 이익을 위해 우리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를 다해 성실시 수행했다"며 "회사이익을 보호하고 독점기업의 횡포로부터 우리 시장 질서의 안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특히, 임직원들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이번 사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