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00달러(약 10만원) 미국 달러화 위조지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위조 방지 장치를 강화한 달러화 신권(新券)이 보급된 영향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구권(舊券) 위폐들이 '밀어내기' 물량으로 풀린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1~7월 달러화 위폐 5만7천480달러가 발견됐다고 5일 밝혔다. 외환은행은 국내 환전시장 점유율 1위로, 위폐 발견량도 가장 많다.
올해 발견된 위폐 규모는 지난해 연간 발견된 규모(2만5천286달러)의 2배를 웃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해 국민은행은 올해 1~7월에만 3천310달러의 위폐를 적발, 지난해 연간 적발 규모(1천910달러)의 약 1.7배에 달했다.
하나은행에서도 올해 이미 2천500달러의 위폐가 발견돼 지난해 연간 발견 규모(2천220달러)를 넘었다.
신한은행의 위폐 발견은 올해 1~7월 2천4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발견 규모(2천130달러)보다 많았다.
위폐는 대부분 최고액권인 100달러짜리다. 중·저급 위폐가 아닌 '슈퍼노트(맨눈으로 구별이 불가능할 만큼 정교한 100달러 위폐)' 수준도 적지 않다.
은행들은 지난해 10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00달러 신권 발행을 시작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위폐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색 변환 잉크'와 '부분 노출 은선(隱線)' 등 위조 방지 장치가 추가 적용된 100달러 신권을 내놨다.
원진오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은 "연준의 100달러 신권 발행 이후 기존에 제작된 구권 위폐가 '밀어내기' 식으로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의 100달러 위폐는 주로 중국에서 제작·유통되는 것으로 일려졌다. 앞으로도 밀수나 사기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위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선 달러화 위폐뿐 아니라 중국 최고액권인 100위안(약 1만7천원)짜리 위폐 제작이 활개를 쳐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위폐 사기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을 상대로 가장 자주 쓰이는 위안화 위폐 사기 수법은 택시, 식당, 상점 등에서 현찰을 주고받을 때 위폐로 건네는 '바꿔치기'다.
위안화는 국내에서 달러화 다음으로 위폐 피해 규모가 큰 통화다. 한·중 교류 확산에 따라 위안화 위폐 피해도 덩달아 늘어날 확률이 높다.
외환·국민·하나·신한·기업 등 5개 은행에선 지난해 1만2천960위안, 올해 1~7월 7천315위안으로 위폐가 매월 약 1천위안씩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원 과장은 "위폐는 즉석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휴가철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