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을 통한 정부의 배당 촉진 정책에 기업들보다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배당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한 달간 외국인과 기관은 배당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고 개인의 자금도 배당주 관련 금융상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기업들은 아직 가시적인 배당 확대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 최근 코스피를 끌어올린 기대감이 신기루에 그칠 수도 있다.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 세법개정안 가운데 배당과 관련된 부분은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 신설 부분이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고배당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낮춰 주주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배당, 임금 증가, 투자 규모가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추가로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세제를 통해 정부는 기업과 주식시장 투자자에게 각각 배당 확대와 배당주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업보다 주식시장이 더 빨리 정부의 정책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주요 투자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은 최근 한 달 동안 배당 매력이 두드러진 종목 중심으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 5일∼8월 5일)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은 배당 확대 기대감이 부각된 종목(삼성전자)이거나 전통적인 고배당주(한국전력,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였다.
같은 기간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강원랜드, 우리투자증권, SK텔레콤, 삼성전자 우선주 등 배당주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외국인과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개인 투자자들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배당주 투자에 나섰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배당주 펀드 상품 다수를 운용하는 신영자산운용으로 최근 한 달 동안 유입된 자금은 3천300억원에 가깝다.
이처럼 배당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외국인, 기관, 개인의 투자심리가 일제히 회복되면서 코스피는 지난 한 달 사이에 100포인트 가깝게 수직 상승했다가 최근에는 숨을 고르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이런 기대감을 기업이 배당 확대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신기루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업들의 가시적 배당 확대 노력을 찾아보기 아직 어렵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500원)으로 중간배당액을 결정해 시장을 실망시켰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지난달 중간배당을 한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배당액을 책정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정책 기대감으로 지수가 한 단계 상승한 것이지 한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대세 상승장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단기간으로 볼 때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효과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보다 빠르게 나타난다"며 "(대세 상승을 위해) 중요한 것은 배당에 대한 기업의 태도가 실제 변화할지와 정부의 정책 실행 의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배당 등에 사용할 때 가계의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상헌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사내유보금이 고용·임금 증가 등에 사용되면 기업의 잉여소득이 가계로 환류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성향 강화→매출 증대→투자 증가→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