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014년 세법개정안이 내수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 등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잘 반영한 것으로 6일 평가했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등이 갑작스레 만들어져 실제 가계의 소득증대 효과가 있을지, 저소득층 소득증대 대책이 충분한지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내수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라는 목표가 선명하고 구체적인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공평과세, 세제 합리화 등 세법개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은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등이 갑자기 만들어지다 보니, 실제 소득증대 효과가 충분할지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혜택이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중산층이나 서민의 소득 증대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3대 패키지의 근로소득 증대효과를 소득계층별로 명확히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내수 활성화에 더 큰 도움이 되는데, 저소득층 소득증대 대책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소득이 적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는 소득공제나 세액공제가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대폭 확대해 '일하는 복지'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세법개정안과는 별도로 2015년도 예산안에 저소득층 소득보전대책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번 세법개정안을 보면 정부가 근로소득, 배당소득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린다는 데 상당히 무게중심을 둔 것이 느껴지며, 그 방향성에 대해 공감한다.
특히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주주에 대해 분리과세가 허용되면 소득이 많은 대주주의 경우 세제 혜택을 상당히 볼 수 것이다. 대주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전반적 배당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인센티브 요인은 되겠지만, 순수하게 세제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에서 임금 증가분의 10%를 세액공제해주겠다고 했는데, 극단적인 경우 임금을 안 늘리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으면 된다. 임금이 나가는 액수가 세액공제 액수보다 더 크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사회적 분위기나 근로자 임금을 늘리라는 정부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세제만 봐서는 유인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실제로 세금을 걷겠다는 것보다 '시그널' 역할이 더 강한 정책인 것 같다. 대기업의 경우 이미 당기순이익 정도는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적용받는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부담을 적게 하면서도 효과를 노리기 위해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세제의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 거둬들이는 세금 액수가 많지 않겠지만, 정부가 내수 부양과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점을 기업에 전달하는 상징적 의미는 상당하다.'
◇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공공정책연구실장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가계소득을 증진시켜 경기를 살리겠다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개인소득이 늘어나게 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배당을 늘린다고 해서 소비 진작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배당소득을 얻는 국민은 특정 계층에 쏠려 있고, 그 수도 그리 많지 않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10% 세액공제(대기업 5%)를 받기 위해 임금인상을 할 기업은 없을 것으로 본다. 의도한대로 임금 인상이 나타나더라도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근로소득 증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출발 전제가 잘못됐다. 기업들이 사적이익을 위해 유보금을 쌓아놨다는 인식이지만, 유보에는 여러 목적이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물론 현금성 자산에만 과세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금성 유보금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투자로 볼 수 있다.
자본이란 정부가 개입을 안 해도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찾아다니게 돼 있다. 정부가 개입하면 자본 배분이 왜곡되고 비효율화될 우려가 있다. 세제 개편을 하더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자본이 찾아갈 수 있게끔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바람직하다.
비과세 감면의 경우 일몰이 왔을 때 과감히 포기하는게 원칙적으로 맞는데 이번 세제 개편에서는 후퇴한 감이 있다. 새 경제팀에서 소비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세법은 국민 전체로부터 세금을 걷기 위해 있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세법을 정책적 목적으로 너무 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조세의 중립성을 해치게 된다. 조세 정책이 어느 쪽은 혜택을 주고, 어느 쪽은 불이익을 주고 하면 거기에 따라 시장에서 개인들이 의사결정을 바꾼다. 그러면 경제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세법에서는 조세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조세를 정책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 해야 하는데 이를 남용하면 결국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비율을 30%에서 40%로 늘리기로 했는데, 이는 사실상 납세자에 대한 혜택이 별로 없다. 반면 납세 협력비용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이런 정책은 오히려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가 된다. 세수에 별 이익이 없고 비용만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경제정책 홍보를 위해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된 생색내기로 볼 수밖에 없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도 그렇다. 기업의 대주주는 대부분 부자들인데, 그들에게 배당을 더 해주고 세금을 인하해 준다고 해서 소비가 더 늘겠나. 소액주주들의 배당소득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정책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이는 또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을 세제상 우대하는 것이어서 조세 형평에도 위배된다.'
◇ 김근호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세무사)
핵심은 '3대 패키지'인데, 전반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구조로 짜여 있다. 기업이 정부 의도에 맞게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이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비교할 경우 기업 오너라면 근로소득 증대세대 쪽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다. 임금의 하방경직성 때문이다. 임금은 한 번 올리면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배당은 그렇지 않고 경영진 입장에서 주주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배당 쪽에 치중할 것이다. 특히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전체의 10%가 아니라 임금 증가분의 10%(대기업은 5%)에 대한 세액공제라서 유인이 적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이게 대주주에도 해당하는지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종합과세 대상자에 무조건 해당하는 대주주에게는 큰 선물이 되는 반면 소액주주는 원천징수를 고려할 때 그다지 큰 혜택이 없다.
가업상속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것 같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일정 규모의 중견기업까지 혜택을 주고, 업종도 추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오너가 이를 얼마나 혜택으로 여길지는 반신반의다.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밝지 않다면, 즉 기업의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 나중에 자산 처분으로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상속세 납부 시점으로 이전하는 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