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의 불똥이 유럽 경제로 튀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측대로 기준금리를 0.15%로 동결하면서 "심화한 지정학적 위험이 경제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에 따른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가 러시아의 보복 제재로 이어진 데 따른 유럽 경기의 둔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경기는 작년부터 수출 중심으로 회복됐는데 최근 유로존 수출의 4.5% 비중인 대 러시아 수출이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선진국의 대 러시아 제재가 장기화하면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증시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약세다.
독일 DAX 30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3.92%,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2.69% 하락했다.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코스피는 새 경제팀의 경제부양책 기대감을 안고 2,100선까지 도전했으나 8일 오전 2,030선까지 내려왔다.
세계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인의 수급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우리 증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까지 이어진 외국인의 '사자' 행진은 지난 7일 497억원 순매도를 나타낸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 현재 700억원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는 그동안 2기 경제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움직였기 때문에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함께 반영돼 약세"라고 풀이했다.
ECB가 유럽 경기의 약세 요인을 인식하면서도 정책적인 지원을 크게 내놓지 않아 시장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가 유럽 경기를 우려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책은 별로 언급하지 않아 시장이 실망했다"며 "선진국 증시가 조정되면서 한국 증시도 위험자산 선호 하락으로 쉬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경기 우려는 미국 조기 금리 인상설,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과 맞물려 일련의 해외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특히 농산물과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흥시장에는 더욱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유 승민 팀장은 "결국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또한 식품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선진국이 시행한 통화정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라는 중요한 변수가 남아 있어 해외 위험요인을 상쇄할 가능성도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음 주 증시는 해외 증시의 투자 환경, 8월 금통위 결과, 위국인 수급에 따라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선진국 증시도 모멘텀 약화의 영향권에 들어가 혼조 양상이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