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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여당의 쇄신 요구 수용할까?

[재경일보 박인원 기자] = 유승민 위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뒤 당∙정∙청의 관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인사, 정책, 당청관계 등 청와대에 제기한 요구사항을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여권내 힘의 균형추가 당으로 확연히 기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를 반영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지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취임 일성으로 청와대를 향해 국민의 눈높이를 감안한 과감한 인적쇄신과 증세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당이 국정 중심에 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인적쇄신과 관련해선 "비서실장, 비서관 몇명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 큰폭의 인사혁신을 주문했다. 청와대가 이끌어온 지난 2년간의 국정운영이 사실상 실패로 드러난 만큼, 박 대통령이 인사와 정책의 모든 면에서 과감한 쇄신에 나서 국정을 정상화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김 대표 역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박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증세없는 복지'를 겨냥해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복지지출의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또 "앞으로 당이 주도해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며 당 주도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집권 3년차를 맞아 당정청이 소통해 국정운영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윤두현 홍보수석을 통해 새로운 원내지도부와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기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여권내 역학관계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어떤 식으로든 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인 셈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정책조정협의회 등을 통해 정책과 당정청 관계에서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에서 요구하는 사항 등을 검토하고 받아들이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고심중인 부분개각 등 인적쇄신안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인적쇄신의 상징처럼 떠오른 김기춘 비서실장이 개각 및 청와대 정무특보단 인선 발표와 함께 퇴진한 것을 배경으로, 후임 비서실장도 실무형보다는 소통 및 쇄신에 방점이 찍힌 인사가 중용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인적쇄신안에 정치인들이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개각이 다소 늦춰지고 개각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과 아울러 특보단에도 유 원내대표를 만든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나아가 청와대가 인적쇄신에서 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상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의 접촉면을 늘리며 소통행보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된다. 민심과 당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율 하락이라는 현재의 위기국면을 탈출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당청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더라도 국정운영 스타일상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집권 만 2년도 되지않은 시점에서 당 수뇌부의 요구를 전폭 수용할 경우 여당내 원심력이 커져 정국운용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대선공약인 '증세없는 복지'의 폐기도 당장은 생각하기 힘들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국면이 위기상황인 것은 맞지만, 박 대통령이 이벤트식 소통 행보를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당청관계 안정화에 역점을 두고 조용한 물밑행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