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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폭으로 움직이던 두바이유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달 30일부터였다. 유가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미국 달러화의 약세와 주요 석유 기업의 투자감축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유로대비 달러화 환율이 1.23% 상승했으며, 영국의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올해의 투자비용을 전년 대비 13% 감축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미국 정제시설 파업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우려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유가 상승은 국내에도 즉시 영향을 미쳤다. 운전자들을 웃게 하던 유가 하락세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작년 11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불가 방침을 발표하고 나서 ℓ당 1천713.5원에서 4일 현재 1천410.1원으로 303.4원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31일(1천419.1원)부터 나흘 동안 휘발유 값 하락 폭은 10원도 채 되지 않아 ℓ당 1천3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사실상 하락세가 멈춘 상태다. 제주의 휘발유 평균값은 아예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유가의 하락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틈타 경기를 회복세로 전환하려던 정부의 시도도 헛되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예상했던 것 보다 유가 하락기간이 짧아 경제활력 제고대책을 추진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물가상승률은 0%에 가까울 정도로 침체되어 있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V자형으로 가파르게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어느 정도 올랐다 내렸기를 반복해 U자에 더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투기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1년 반 사이 유가가 반 토막이 나는것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