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인원 기자] = 연말정산 파동 이후 세수확충에 대한 논의가 '증세'로 흐르면서 박 대통령의 의견에 귀추가 쏠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이던 '증세 없는 복지'를 철회할 것인지, 아니면 고수할 것인지에 따라 대통령의 남은 임기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에서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돼온 '증세복지론'에 직접 쐐기를 박았다.
증세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증세에 대해 일관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최무성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큰 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나 지출 구조조정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만약 안 된다면 국민적 컨센서스(합의)를 얻어서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이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여당인 새누리당과도 엇갈리고 있다. 당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조차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논의의 물꼬를 튼 터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내각의 '책임론'을 들어 증세 없는 복지의 수정이 시기상조임을 역설했다. "과연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항상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 그것이 항상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이라 덧붙였다.
증세 없는 복지의 의미에 대해서도 단순히 예상지출로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국회 여야 모두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한 것은 경제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문제와 그것으로 인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우리가 경제도 살리고 정치도 더 잘해보자 하는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데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란 지적을 했다.
증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업이 투자 의지가 없고 국민이 창업과 일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렇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뭐가 되는 것 같아도 링거(수액)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반짝하다가 마는 위험을 우리는 생각 안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증세복지론자들은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가 사실상 "꼼수증세"에 의한 것이었으며 그나마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고, 세수 확보를 위한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축소 효과가 가 복지재원의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사실상 증세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율배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러한 기류를 의식한 듯 "이런 논의들이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국회의 논의가 국민을 항상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이런 논의가 이뤄지면 정부도 이에 대해 함께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는 정치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 등과 함께 복지 기조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 언급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