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의 압박 속에 일부 대기업이 배당을 늘렸으나, 시장에선 쥐꼬리 배당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곳간에 쌓아두고도 해외 경쟁 기업의 배당성향에 한참 못 미치는 배당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 때 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기업들에 배당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 '배당 늘렸다지만'...글로벌 경쟁사보다 여전히 부족
올해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대형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 방안을 내놓자 다른 기업들도 배당 확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16일 국내 대기업들의 배당성향은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당을 확대한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3년 7.2%에서 12.7%로 상승했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간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이 올해 두자릿수로 높아졌지만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사 애플의 2013년 기준 배당성향은 27.9%이며, 중국 업체인 화웨이(44.1%)와 레노보(39.4%)는 배당성향이 40% 안팎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낮다.
2013년 기준 일본 도시바의 배당성향은 51.4%로 나타났고 미국의 인텔(37.7%)과 퀄컴(34.9%), 대만의 TSMC(41.3%) 등 경쟁사들도 삼성전자보다 높다.
현대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배당을 늘린 현대차와 기아차[000270]의 배당성향은 2013년 6.2%와 7.4%에서 2014년 11.1%와 13.5%로 각각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2013년 배당성향은 53.3%에 달했고 GM과 폴크스바겐도 각각 68.8%, 20.6% 수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배당성향을 크게 웃돈다.
현 대제철[004020]도 배당성향은 2013년 8.4%에서 2014년 11.4%로 높아졌지만 글로벌 경쟁사인 중국의 바오스틸(29.4%), 일본의 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18.8%), 미국의 US스틸(28.5%)보다 낮다.
◇ 국민연금, 3월 정기 주주총회서 '배당 확대 목소리 낼까'
올해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독려와 압박 속에 실제 배당을 늘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이 공시한 2014년 현금배당 규모는 10조2천7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9천25억원이 늘어났다.
그러나 기업들의 배당 확대가 추세로 이어지려면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이 큰손 국민연금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 연기금의 배당 확대 요구가 '경영 참여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할 길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배당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배당 지침이 확정되면 국민연금은 당장 다음 달 대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때 배당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방법으로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경영진과 비공개 대화를 하거나 배당 확대 주주 제안 또는 배당 안건 반대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