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사회에서 명절의 전통적 의미는 많이 사라졌지만, 설은 아직도 우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준다. 사실상 '설'이 올해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연초가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봄이 찾아오며 학생들은 학교로, 직장인들은 업무의 성과로 달려간다. 설은 숨 가쁜 한 해가 시작되기 전 잠시 주변을 정리하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표가 된다.
올해 명절 연휴 해외여행객의 수가 최대라지만 귀성?귀경객으로 꽉 막힌 도로는 여전히 익숙하다. 경찰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예상되는 정체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갓길을 임시로 개방하고 승용차가 버스 전용 차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직도 설은 국민이 대이동 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신정과 구정 모두를 휴일로 채택하고 있지만, 과거엔 을미개혁을 기준으로 이전엔 음력설을, 이후엔 양력설을 설날로 인정했다. 을미개혁 이후 일제감정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일반인들은 여전히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로 쇠었지만, 일제는 공권력으로 이를 억압했고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일제는 음력설에 관청과 학교의 조퇴를 금지하고 세배 다니는 사람에게 물총으로 먹물을 뿌리는 등 치졸한 박해를 했으며, 광복 이후에도 정부는 이중과세 방지 명목으로 음력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여전히 음력설을 명절로 여겨 휴일로 인정되지 않는데도 고향을 방문하러 결근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국민 정서에 굴복해 음력설을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휴일로 지정했고, 1989년에 정식으로 '설'이라 이름을 붙여 사흘의 연휴를 부여했다.
연휴 기간이 정착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엔 신정만 연휴였으며, 이승만, 장면 정권은 재량에 따라 휴무일로 지정했다. 박정희 정권은 그마저도 쉬지 못하도록 탄압했으며, 전두환 정권 땐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하루만 쉬었고, 노태운 정권에 와서애 지금처럼 3일 연휴가 되었다. 대신 신정은 기존의 3일에서 2일을 쉬는 것으로 단축되었으며, 김대중 정권에 와서는 더 축소되어 신정 1일, 구정 3일로 정착되었다. IMF 사태의 영향 때문이다.
과거엔 설을 '민족의 명절'이라 불렀으나 지금은 설 연휴가 한국에 체류 및 거주중인 이주민들에게도 단맛과 같은 휴식일이 되었다. 한국에서 한푼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초과근무와 잔업, 특근에 매달리는 그들도 직장 대부분이 휴무에 들어가는 설 연휴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적을 막론하고 연초는 뜻깊은 만큼, 이주민들도 설을 뜻깊게 보내고 싶어한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문화 교류와 나눔행사, 설맞이 축제 등 이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매해 시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로 인해 더 어두워지는 곳도 있다. 16일 전남 목포에선 40대가 편의점에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설 쇨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강도질을 했다고 한다. 자살방지센터는 설 연휴에 특별상담 태세를 준비한다. 소외계층으로부터 외로움과 고독감을 호소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기 때문이다. LG전자, 동서발전, 현대제철등의 기업과 지방자치단테가 소외계층에 설나눔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올 설엔 개개인이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