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저가 아동 한복이 인기다. 아이들이 금방 자라다 보니 고가의 전통 한복을 구입하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저가 한복은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예뻐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겹겹이 껴입어야 하는 전통 한복과는 달리 간편하게 겉옷처럼 입을 수 있는 개량 한복 형태의 디자인이 많아 어린아이들도 간편하게 입을 수 있다. 바햐흐로 한복도 '패스트 패션'의 시대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명절이면 한복을 입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이 한복 한벌 씩은 가지고 있어 고이 장농 안에 보관해 두었다 명절에 맞춰 손질하고, 혹시나 더러워질까 아껴 입어가며 설을 보냈다. 이때도 한복값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에서 아들로,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한복을 물려주기도 했다. 아버지가 입던 한복을 몸에 맞춰 입다 보니 옷고름이 길게 남아 너풀거리는 사내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70년 초반에는 한복이 일상복과 다름없었고, 80년대 후반에도 여학생들의 교복으로 한복이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접어들며 한복은 점점 일상생활에서 멀어졌다. 거리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면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하며, 한때 유행했던 개량한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11년엔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가 신라호텔의 뷔페레스토랑에서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 직원으로부터 입장 제지를 받았다. 당시 직원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다"고 이유를 댔다. 이 사건이 기사화된 후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할 정도로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선 "한복이 한국을 대외에 드러낼 때만 드러내는 박제 문화가 되었다"며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했다.
몇몇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지만 2010년도가 되어서야 성과를 얻기 시작했다. 이들이 제작한 한복이 '궁'과 같은 캐쥬얼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고, Vogue, Marie claire와 같은 패션 잡지에선 한복을 현대 명품과 조합해서 화보를 촬영하고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도 디자이너들의 현대적 해석이 반영된 한복을 사극에 등장시켰고, 명절과 국경일엔 아이돌 가수들도 한복을 입고 방송에 출연해 젊은 층까지 한복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퓨전 한복'이라 불리는 현대식 한복을 전문적으로 제작?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등장했다. 다소 칙칙한 디자인으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던 80~90년대의 개량한복과는 달리, 아름다운 패턴과 원피스, 미니스커트, 코트 등 생활복 형식을 차용해 한복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SNS상에선 퓨전 한복을 입고 유럽 일주를 한 20대가 화재가 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줘서 감사하다", "한복이 자랑스럽다"는 등 긍정적이었다.
다만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퓨전 한복에 불쾌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복에 노출을 주거나 개량을 하는 것이 한복만의 품위 넘치고 고상한 아름다움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복전문가들은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한복이 편향된 것이며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량과 상품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기모노, 치파오, 아오자이와 같은 타 동아시아 국가의 의복들이 현대적인 개량을 거쳐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것에 비하면 한국은 전통을 고수하다 오히려 기모노의 '짝퉁' 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