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이 핀테크 분야에서도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되었다. 삼성전자는 18일 미국 메사추세스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모바일 커머스 영역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섰으며, 삼성전자의 모바일 제품은 10월 애플이 발표한 '애플페이'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 페이팔 마피아, 핀테크의 가능성을 열어주다
'페이팔 마피아'는 이미 언론과 매체에서 여러 번 다루어진 주제다. 오늘날의 성공을 만들어낸 페이팔의 주요 창업자 8명은 이후 각각 SpacsX라는 민간 우주선 회사를 만들어 우주선 개발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었으며, Kaggle이란 대용량 데이터 분석 회사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를 설립해 미래사업이던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하는데 공헌하기도 했다. 대중들이 기껏해야 돈놀이로 수수료 받아먹는 '쪼잔한 사업'으로 속단했던 페이팔은 알고 보니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을 장악할 만큼 파급력 있는 노다지였던 것이다.
페이팔의 성공비결은 '보안'에 있었다. 당시 대중들은 웹 환경에서의 전자결제 보안성에 의문을 품고 있었으며 실제 금융사고 사례도 발생했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 거래는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이 바로 페이팔이었다. 페이팔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중간에서 중계를 해주는 '에스크로 서비스'이기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카드 번호나 계좌 번호를 알리지 않아 높은 보안성을 가진다. 결재 시 자동으로 환전을 거쳐 거래해주어 국가 간 거래에도 용이하다. 비록 소액의 중간 수수료와 환전 차익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지만 고객들은 페이팔의 보안수준에 신뢰했으며 이는 곧 페이팔의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로 이어졌다.
◎ 왜 핀테크 싸움의 링이 모바일로 옮겨졌는가?
이제 핀테크 싸움은 모바일이란 새로운 영역으로 링이 옮겨졌다. 그리고 '웹' 시절과 똑같은 딜레마가 연출되고 있다. IT기술의 쟁점이 웹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뒤 전자금융거래의 보안성은 더 취약해졌다. 지난해 5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은행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전자지갑' 사용 경험 설문에선 전체의 39.5%가 "한 번도 이용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들의 50.4%는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이미 각 금융사에서 앱카드 등의 모바일카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지만, 이용자들이 스미싱 일당에게 명의를 도용당해 수천만원 어치의 손해를 보는 등 피해사례가 나오고 있어 사용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업계는 모바일 전자결재 시장에 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전 세계적인 보급으로 인해 모바일 결재의 수요 역시 급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바일 특유의 간편한 인터페이스가 결함된다면, 웹 세대의 페이팔과는 비교도 안되는 성공을 거두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6년의 모바일결재 시장 규모를 6168억 달러로 예측했다. 이는 2011년의 1059억 달러의 6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열풍엔 IT기업이 금융시장에 진입하는데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기존의 금융사들이 정부의 핀테크 바람에 기존의 ActiveX기반 보안프로그램을 벗어나는것 만으로도 기술적인 난항을 겪고 있는것과 달리, 이미 기술적 기반을 닦아 둔 IT기업들은 회사의 유보자금을 바탕으로 금융분야에 장벽없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 외 카카오톡까지 카카오페이로 '페이'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 거대기업들의 싸움... 차별화가 관건
모바일 결재 시장에 출전한 기업의 면면은 하나같이 쟁쟁하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IT계의 최고봉에 이른 기업에서부터 이미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가진 알리바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는 카카오톡 등으로 이들의 전쟁이 만만치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쟁자들로부터 우위에 올라서는 전략이 주목된다.
애플의 애플페이는 '편의성'과 '보안성'에 집중했다. 티머니와 같은 교통카드처럼 휴대폰을 단말기에 가져다 댄 뒤 이미 아이폰에 내장되어 있는 지문인식 기능을 활용해 본인 인증을 하면 결재가 끝난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긇고 사인하고, 때로 신분증까지 제시하는 과정에 비하면 확실히 간편하다.
삼성의 루프페이 역시 단말기를 신용카드 마그네틱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재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루프페이를 함께 사용할 경우엔 개인식별번호(PIN)을 입력해야 한다. 결재 기기 역시 열쇠고리 장식형으로 따로 부착해야 한다.
반면 중국의 기업들은 명절을 이용한 특수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텐센트는 춘제를 맞아 모바일 메신저에 세뱃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출시 24시간 만에 사용자 500만 명, 발송 7,500만 건, 수취 2,000만 건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알리바바는 알리 페이와 8억8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진 메신저 큐큐(QQ)를 이용해 유명 연예인이 세뱃돈을 주는 이벤트로 반격을 가했다. 양사의 '세뱃돈' 경쟁은 지난해 1363조원 규모로 커진 중국 모바일 결재 플랫폼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