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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투위,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 단순비교 말라"… 연금에 대한 신뢰가 달라

 

 

25일 국회의 대타협기구에서 열린 노후소득분과위원회 2차 회의에서 공무원단체인' 공적연금강화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가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항의하며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타협기구의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공투본은 공적연금 강화 논의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달랐다. 공투본은 공무원연금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사학?군인 연금 등 모든 공적연금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연금과의 단순비교로 공무원 연금을 하향 평준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대타협 기구는 본래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위한 것"이라며 논의의 범위를 공무원 연금으로 한정하려고 해왔다.

◎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 같아 보이지만 다른 제도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은 둘 다 노후생계보장성 복지제도란 점에서 비슷한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연금 지급 방식이 다른 것엔 이유가 있다.

공무원은 공직에서 습득한 정보와 공적 권력을 활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기 쉽다. 형법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7장)가 따로 분류되어 있으며, 공무상비밀의누설(127조), 수뢰?사전수뢰(129조), 뇌물공여(133) 등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세부조항도 규정되어 있다.

과거부터 관료의 부정부패는 근절해야 할 절대악으로 여겨졌으며, 관료의 과도한 수탈로 멸망한 중국의 신나라나 현대의 그리스처럼 부정부패로 인해 국가의 위기가 찾아오는 사례도 많았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의해 조사된 2014년 대한민국의 부패지수는 5.5(43위)로 한국도 국제위상에 비해 부정부패가 심각한 편에 속한다.

연금제도는 영국에서 시작된 유럽식 사회보장제도이지만, 공무원의 노후 보장하는 제도는 근대 이전의 중국이나 고려, 조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려의 경우 전시과를 통해 전?현직 관료에게 전지와 시지로 불리는 땅의 수조권을(세금을 거둘 권리) 지급해 이 수익으로 고려의 관료들은 퇴직 후에도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급할 수 있는 토지가 점차 줄어들자 현직관리에게만 지급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조선 역시 건국 초기의 과전법에선 퇴직한 관료들에게도 토지를 지급했으나, 세조대에 현직 관료에게만 토지를 지급하는 직전법으로  개정했다. 명종 때는 더욱 축소되어 관료들이 토지가 아닌 녹봉만을 받게 되었다. 고려와 조선 모두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관료들에 의해 국가 말기로 갈수록 심해지는 수탈과 부정부패로 인해 사회가 붕괴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성호 이익은 퇴직 관리에게 월봉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의 송왕조와 현대의 싱가포르 등 관료/공무원의 급여 수준을 높여 부정부패를 막은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전 수장 리콴류는 "공무원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다"며 공무원에게 높은 보수를 지급했다. 우리나라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위치의 공무원 연봉은 약 2억원 수준으로 대한민국의 장관 평균 연봉의 2배에 가깝다. 싱가포르의 공무원은 높은 청렴도와 수준높은 공공서비스로 유명하다.

◎ 왜 연금 개정엔 공무원들만 반대하는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2014년의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70%가 연금개정에 찬성하는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가입범위가 전 국민으로 확대적용된것은 고작 2006년으로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아직 국민연금에 의해 실질적으로 수혜를 입은 세대가 적기에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염두에 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민연금의 지급액이 높지 않다는 게 큰 이유다. 2014년 기준 국민연금지급액은 최고 170만원이며 평균 84만원이다. 이는 평군 210만원 수준인 공무원 연금보다도 적은 금액이며, 국민연금만으로 생계를 꾸리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1990년 이후 출생자들은 국민연금을 그저 세금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인구의 고령화로 경제부양층이 줄어들면 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연금관리공단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43년 2561조원으로 최고점에 도달한 뒤 보유액이 급격히 하락해 2060년엔 고갈될 것이란 전망을 하고있다.

이에 박근혜 정부가 연금개편안을 발표한 2013년 초엔 연금 수령액의 감소를 우려해 전업주부 등 탈퇴가 가능한 2만여명의 회원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4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것이란 불신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시가총액 상위권인 국내 기업 대부분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어 기업의 동향에 따라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또한, 국민연금의 기금이 정부의 비상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불안도 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땐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방어를 위해 수조원의 기금을 투입했을 거란 언론보도로 국민연금 납부자들의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 외에 기금으의 부동산 투자 비율이 높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기금 가치도 폭락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면 공무원에게 연금은 확실한 노후보장 수단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지급은 1960년에 시작해 현재는 안정적으로 성숙한 상태이며, 국민연금과는 달리 연금이 고갈되어도 정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

공무원들 역시 연금을 국가로부터의 수혜가 아닌, 당연히 받아야 할 급여로 인식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은 세금으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며, 공무원 역시 연금 수령을 위해 연금 공단에 일정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