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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재건축 단지 매매가 급등하는데 수도권 아파트는 오르지 않는 이유

"망둥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뛸 거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이다.'라는 속설이 있다. 올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9.5%인데, 이 때문에 수도권 내 비 강남권 지역도 상승률이 5.5%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신경제연구소는 이같은 믿음이 '속설'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신연구소가 주목한 점은 재건축 아파트가 갖는 독특한 사업구조였다. 한국의 재건축 사업은 기존의 아프트를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주택을 신축하는 절차로 이루어진다. 한국 주택 대부분이 내력벽(벽이 기둥을 겸해 건물의 하중을 받치는 구조)인 탓에 벽을 허물고 내부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현재의 건물이 아닌, 재건축 사업을 통해 신축되는 주택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가령 언론에서 40m² 내외의 재건축 아파트가 동일 규모 비재건축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는 점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거품이라기보단 재건축 아파트가 지니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재건축 이후엔 60~80m²가 넘는 신축건물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재건축 조합원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선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며, 기존 주민의 이주 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주택을 분양해서 얻는 수입만으론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 분양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양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재건축 사업은 유리해지고, 용적률 확대 등 가격 상승 요건에 더 민감히 반응하게 된다. 위험 부담이 공급 가격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건축 사업은 낡은 아파트라는 조건 하나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의 진행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점인데, 가령 기본계획이 수립되어도 안전진단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해 재건축 허가가 취소되는 등 변동 요소가 많다. 의사결정에 주무관청 재량행위나 조합원 간 투표가  많은 것도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계단 형태를 보이며 상승하는 것도, 각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불확실성 해소를 이유로 가격이 한 단계씩 상승하기 때문이다. 비재건축 아파트가 비교적 매끄러운 가격 추이를 보이는 것과는 정 반대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격 형성에 인과관계나 합리적 선후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경우엔 조합원 간 투표로 결정되는 단계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선행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정부가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억눌려있던 가격이 단기간에 정상화되며 외견상으로 재건축 아프트 가격은 급등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당초에 정부 규제를 받지 않았던 비재건축 아파트와는 큰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장기 시계열 그래프 분석이나 시계열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재건축 아파트와 비재건축 아파트 가격 간 특별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은 공개거래가 불가능해 작동원리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엔 다양한 속설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경험에 기인한 것이라 오류도 많았다.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이 수도권 주택 가격을 선도한다는 속설 역시 정보가 통제된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망둥어가 뛴다고 꼴뚜기가 꼭 따라서 뛰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