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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티구안, 탁월한 '디자인·주행감·힘'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도로에서 폭스바겐 티구안을 볼 때 마다 "꼭 한번 타보고 싶다"란 생각을 자주했었다. 매우 매력적인 차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올 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었던 '디젤 게이트' 사태가 터졌다. 티구안 또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휩싸인 차량이다. 이 사태 이후, 도로에서 폭스바겐의 로고는 모든 운전자들의 관심이 대상이 된 것만 같았다. 다른 차량을 운전할 때, 폭스바겐 차량이 보면 이 사태를 자연스럽게 떠올렸고, 또 반대로 폭스바겐 차량을 운행할 때도 주위의 다른 운전자들이 이 파문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꺼지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 너무나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를 주도하는 폭스바겐이 설마 그런 엄청난 일을"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등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일부 모델에서도 발견 돼 충격이 더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문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이 지난 해에 최다 판매 수입차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국내 베스트셀링카 1위 자리에 무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지난 해 11월까지 총 8269대가 판매됐다. 같은 해 12월 월평균 수준인 500~700대를 합하면 총 9000대에 육박하는 판매 대수를 기록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에 등극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앞서 티구안은 2014년에도 8106대가 팔려 국내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꼽힌 바 있다.

그렇지만, 미국 자동차전문매체 카MD가 최근 발표한 '2015 자동차 신뢰도 순위'에서 폭스바겐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10개 업체 중 마지막 순위였다. 카MD는 매년 자동차 업체들의 평균 엔진 수리비용과 수리 빈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뢰도 순위를 발표한다.

◆차명, '호랑이+이구아나' 합성어..민첩한 핸들링

'티구안'이라는 차명은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다. 출시 전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고 한다. 이것을 알고 보니, 전면에서 호랑이의 모습이 연상됐다. 후면에는 이구아나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사진=박성민 기자>
▲라디에이터 그릴<사진=박성민 기자>

수평 라인이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폭스바겐 디자인 DNA가 그대로 반영됐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투아렉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더블크롬 라인이 적용됐다. 여기에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와 헤드라이트에 통합된 14개의 LED로 구성된 새로운 주간 주행등이 티구안의 눈매를 더욱 강인하고 또렷하게 강조해준다.

범퍼의 아래에는 세련된 도시적 감각의 프론트 엔드가 중앙에 넓게 자리를 잡아 그릴을 강조해주며, 양 사이드로는 안개등을 감싸는 공간이 분리됐다.

  ▲측면<사진=박성민 기자>
▲측면<사진=박성민 기자>
  ▲후면<사진=박성민 기자>
▲후면<사진=박성민 기자>

측면 역시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휠 하우징은 강인한 느낌을 가지면서도 깔끔한 모습으로 정돈됐다. 윈도우 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후미등은 매력적이다.

   ▲헤드램프, 후미등<사진=박성민 기자>
▲헤드램프, 후미등<사진=박성민 기자>

인테리어는 단조로운 느낌이지만 폭스바겐 차량이 주는 평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은 동일하게 전해져왔다. 앞 좌석에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질감의 비엔나 가죽의 스포츠 시트가 적용됐다. 뒷좌석은 여유가 있었다.1열 시트 뒷쪽에는 선반이 마련 돼 있었다.

 ▲대시보드<사진=박성민 기자>
▲대시보드<사진=박성민 기자>
 ▲스티어링 휠<사진=박성민 기자>
▲스티어링 휠<사진=박성민 기자>
  ▲센터 페시아<사진=박성민 기자>
▲센터 페시아<사진=박성민 기자>
    ▲1열 시트 뒷편에 설치된 선반.<사진=박성민 기자>
▲1열 시트 뒷편에 설치된 선반.<사진=박성민 기자>

핸들링은 민첩하고 정밀했다. 손으로 그대로 전달됐다. SUV라는걸 잊게 만들었다. 티구안은 유로 NCAP 충돌시험에서 만점인 별 다섯개를 받았다.

  ▲계기반<사진=박성민 기자>
▲계기반<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트렁크<사진=박성민 기자>
▲트렁크<사진=박성민 기자>

◆초반 가속 떨어지나 주행 정밀성·힘 탁월

주행을 시작하면서 바로 장점으로 인식된건 주행감이었다. 초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편안한 주행을 가능하게 해줄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행의 정밀성은 티구안의 큰 장점이 아닐까한다. 치고 나가는 것, 초반 가속이 좋은편은 분명 아니었지만 속도가 차차 붙으면 큰 힘을 발휘하며 달려나갔다. 여기에 정밀함까지 더해지니, 자신감 있는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초반 가속이 떨어지는 점은 단점이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rpm은 2000 이하에서 대부분을 주행했다. 최고출력 140마력(4200rpm)·32.6kg·m(1750~2500rpm) 토크의 2.0 TDI엔진을 갖고 있다. 2.0 TDI 엔진이 장착됐다. TDI(Turbo Direct Injection) 엔진은 터보차저를 장착한 직분사 엔진을 뜻한다. 디젤 연료를 1600 bar의 고압으로 압축해 엔진 연소실에 직접 분사함으로써 연료 손실을 최소화한다.

   ▲변속기<사진=박성민 기자>
▲변속기<사진=박성민 기자>

7단 DSG 변속기가 장착됐다. 7단 DSG 변속기는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이다. 제조사는 0.02초 만에 기어 변속이 가능하며, 시프트다운 시 변속충격이 전혀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스포츠 주행상황에서는 수동보다 빠른 가속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들려왔지만, 소음이 아닌, 듣기 좋은 소리와 디젤 엔진의 장점과 매력을 떠올렸다. 기자 개인적 취향으론 디젤 엔진이 결코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주행 성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매니아적인걸 원하는건 아니지만, 치고 나가는 힘이 떨어지는 차량에는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 편이다.

티구안은 4륜구동 SUV이다. 4모션이 기본 장착됐다. 4모션은 기본으로 장착 돼 있는 ESP와 같은 시스템과 결합 돼 최적의 동력 배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4모션의 동력 배분 방식은 가변식으로, 슬립을 바탕으로 각각 배분된다.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이 항상 독립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최적의 접지력은 물론 코너링 시 탁월한 주행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한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공인연비는 13.8km/l(복합연비 기준)이다. 평균속도 13km/h로 시내주행 위주로 94.1km를 달린 결과, 평균연비(Av. consumption)는 7.9km/l를 기록했다. 테스트 위주의 주행이 주를 이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티구안에 대한 개인적 애정은 큰 편이다. 힘은 크지만 언급했듯 초반 가속에서는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 들고 빠르게 속도를 올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토크는 어디서나 여유 있게 터져나오고 변속기는 성숙된 느낌을 전달한다. 오랜 시간동안 사건의 충격은 쉽게 가실 수 없겠지만, 티구안이 왜 '인기 많은 차'에 뽑힌 것인지 충분히 알 수 밖에 없었다. 가격은 3843~4880만원이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