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가장 잘 팔린 차량 '현대 포터'...완성차업계 침체 완연
국내 완성차업계의 지난달 판매 실적이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급감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년여만에 월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수출 또한 급락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현대차의 소형트럭 포터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에 오르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반면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EQ900'은 대박을 터트리는 등 불황 속에도 고급차 수요는 늘어 대조를 이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5개사는 지난 1월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총 62만6천315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월(71만8천30대)보다 12.8% 줄어든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32.4%나 급감했다. 완성차 5개사 중에서 기아차의 판매 감소 폭이 15.4%로 가장 컸고 현대차(-12.5%), 르노삼성(-10.5%), 한국GM(-4.6%), 쌍용차(-2.3%)가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내수 판매는 개소세 인하 종료 등의 여파로 총 10만6천308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11만1천620대)에 비해 4.8% 줄었다. 이는 2013년 2월(9만8천826) 이래 월간 최저 내수 판매 수치다. 내수 판매는 현대차(-1.1%), 한국GM(-21.7%), 르노삼성(-63.4%), 쌍용차(-3.6%)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으며 유일하게 기아차(4.6%)만 늘었다.
지난 1월 수출은 저유가와 신흥시장 불안 등이 겹치면서 총 52만7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60만6천410대) 대비 14.2% 감소한 것이다. 현대차(-14.3%)와 기아차(-18.8%)의 수출이 나란히 줄어든 반면 르노삼성(17%)·한국GM(0.5%)·쌍용차(0.2%)의 수출은 늘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신차 EQ900은 지난 1월 2천164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 동월 기존 모델인 에쿠스의 판매 대수(921대)를 2배 이상 넘는 수치다.
지난 1월에 가장 팔린 차종은 현대차 포터(8천632대)였다. 지난해 12월 7위에서 무려 6계단 뛰어올랐다. 기아차 쏘렌토(7천567대)도 지난해 12월 10위에서 1월에 2위로 도약했다. 이어 현대차 아반떼(6천996대), 현대차 쏘나타(6천207대), 기아차 카니발(5천820대), 기아차 모닝(5천209대)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 베스트셀링카 톱10에 들지 못했던 기아차 카니발(5천820대)과 기아차 봉고트럭(4천847대)은 1월에 각각 5위와 9위에 진입했다.
1월에 베스트셀링카 순위가 지각변동한 것은 전체 자동차 판매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개소세 인하 종료와 무관한 포터 등의 판매 순위가 급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 및 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내수 판매가 줄었다"면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마저 커지면서 해외시장 상황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유가 지속으로 올해 중·대형차 시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기아자동차[000270]와 르노삼성자동차가 신차 시승회를 같은 날로 잡으며 정면 대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신차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기아차[000270] '올 뉴 K7'과 르노삼성의 'SM6'가 그 주인공이다.
양사가 정면 대결을 펼치려고 의도적으로 일정은 잡은 것은 아니다. 장소와 내부 일정 등을 고려하다 보니 공교롭게 같은 날이 된 것이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올 뉴 K7과 SM6가 노리는 고객층이 중대형을 선호하는 30~40대로 겹친다는 점이다. 올 뉴 K7이 준대형, SM6가 프리미엄 중형으로 급간 차이가 미세하게 있지만 중형차 이상을 사는 고객으로선 이들 차량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올 뉴 K7의 국내 경쟁자로 현대자동차[005380]의 그랜저, 한국GM의 임팔라, 르노삼성의 SM7을 꼽고 있다. 중형 프리미엄으로 준대형급과 겹칠 수도 있는 SM6는 경쟁 구도에서 아예 배제하려는 모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 26일 올 뉴 K7 출시 행사를 함에 따라 내달 2일 시승 행사가 잡혔다"면서 "공교롭게 SM6와 시승회 날짜가 겹쳤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SM6의 경쟁자에 올 뉴 K7도 포함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형차와 준대형차 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개발된 차종인 만큼 국내에서는 올 뉴 K7을 포함해 현대차[005380]의 소나타와 그랜저, 기아차 K5 등도 모두 경쟁 상대라는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13일 신년 간담회를 할 때 이미 내달 시승 행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올 뉴 K7 시승 행사와 겹친다고 해서 무서울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탈리스만'으로 발표된 중형세단의 한국형 모델 'SM6'는 3월 1일 국내 출시된다. 내달부터는 사전 계약을 받는다. SM6는 르노삼성과 글로벌 메이커 르노의 연구진이 프리미엄 차량 전략의 핵심 모델로 공동 개발한 세단이다. 작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된 SM6는 외형상 중형차로 분류되지만 실내 공간이 경쟁 차종보다 더 넓고 각종 첨단 장치들을 탑재해 단순히 중형차로만 볼 수 없는 차량이라고 르노삼성은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