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개월 만에 하락했다. 특히 중산층 이상이 많이 사는 중ㆍ고가 아파트가 내림세를 보였다.
16일 KB국민은행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2월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억8천803만원으로, 전월인 1월 가격(2억8천820만원)보다 17만원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이 하락한 건 지난 201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권의 아파트 중위 가격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전국 아파트 하락폭에 비해 7.8배나 더 떨어졌다. 1월 5억4천81만원에서 한 달 만에 5억3천948만원으로 133만원 하락했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첫 하락이다.
일부 도시의 평균 매매가도 2월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작년 거침없이 상승했던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2월 2억8천505만원으로, 1월(2억8천550만원)에 견줘 45만원 떨어졌다. 대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경북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월 1억7천995만원에서 2월 1억7천937만원으로 하락했다. 충북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같은 기간 1억7천309만원에서 1억7천296만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대출 소득심사가 깐깐해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공급물량이 최근 많이 늘어난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정락 연구위원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2월 KB부동산 매매 전망지수는 89.8로, 전월(90.1)보다 떨어졌다. KB부동산 매매 전망지수가 80대로 주저앉은 건 201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KB부동산 전망지수는 KB국민은행 시세조사 공인중개사의 3개월 이후 아파트 가격 변화 예상치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아파트시장 현장 경기를 체감하는 지표다. 기준지수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세를 전망하는 공인중개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전세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3억9천996만원으로, 전월보다 225만원 상승했다. 2013년 5월 이후 매월 오르고 있는 데다 2월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도 106.5로, 100이상이어서 3월 평균 전세가격은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국아파트 전세가격도 2억2천521만원으로, 관련 항목 조사가 시작된 2011년 6월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