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70'은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우수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독일 차들이 지배하고 있는 E-세그먼트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차량이다.
이전, '뉴 Q70 디젤 3.0d'를 시승해본 적이 있었고, 이번 시승 차는 4륜구동 가솔린 플래그십 세단인 '3.7 AWD' 모델이었다.
Q70이 대형차량이기 때문인지, Q50과는 외관 크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도로 주행시에는 차선의 공간이 좀 좁다고 생각이 들만큼의 크기이다. '동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Q50과 흡사해보이기도 하지만, 크기에서부터 크게 차이가 난다.
인피니티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인피니티 차량을 보면, 디자인에서 부터 큰 차별화를 느낄 수 있다.
인피니티는 지난 6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2016 인피니티 디자인 나이트'에서 이같은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이 행사는 인피니티가 주요 고객을 초청해 고유의 디자인 철학과 미래 신차 개발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다.
이 행사를 위해 롤랜드 크루거 인피니티 글로벌 대표가 최초로 방한했고, 시로 나카무라 인피니티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알폰소 알바이사 인피니티 디자인 총괄 이사 등 브랜드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임원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디자인 나이트가 개최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인피니티는 콘셉트카 'Q80 인스퍼레이션', 인피니티 최초의 소형 자동차 'Q30', 스포츠 쿠페 'Q60'을 국내에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Q30과 Q60은 올 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피니티의 디자인 철학은 "차량을 보고 가슴이 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크루거 대표는 "인피니티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 차별화"라며 "디자인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신사업 영역 창출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피니티의 디자인에서 받는 느낌은 매우 강렬하다. Q70의 디자인은 몰아치는 파도와 달리는 치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연'에서 가져온 산물인 것이다. 여러 디자인 요소들을 통해 근육질의 남성을 연상시키고,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게 들게 하며 매우 역동감이 넘친다. 인피니티의 디자인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롱 노즈 쇼트 데크(Long Nose Short Deck)' 스타일의 전형적인 스포츠 쿠페의 모습이다. 노즈 디자인의 경우에는 달리기 위해 고개를 숙인 치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그 모습은 매우 도전적인 인상이 강하다.
이런 디자인은 주행에서 잘 달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 그렇기에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중점을 뒀다. 공기저항계수는 동급 최고 수준인 0.27Cd이다.
절대 판매량 부분에서 인피니티가 독일 3사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디자인 나이트에서 인피니티는 "10년 내에 독일 3사의 도전자가 될 것"이라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인테리어는 외관에서 받는 느낌과는 달리,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물론, 엔트리 세단인 Q50에 비해, 더 고급스럽다. 기어노브도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다.
대시보드에 있는 나무 문양의 디자인은 실제 '물푸레 나무(Ash Wood)'를 깎아 만들었다. 물푸레나무 우드 트림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가죽 시트는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센터 페시아 중앙에 있는 시계는 이 차량이 고급 차량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원목 우드 트림이나 가죽 재질감 등을 봐도 좋은 품질감을 가늠할 수 있다.
터치 스크린에서는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해상도가 크게 떨어져보여, '저품질'의 느낌을 받게 했다. 특별히 개선되어야만 할 부분으로 생각됐다. 완성도에서 떨어져보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개선의 여지는 충분할 것이다.
스피커는 '보스(Bose)'의 5.1 서라운드 시스템이 탑재 돼 있다. 보스 오디오는 인피니티와 20년이 넘게 협력관계에 있다. 차량 설계 단계에서 부터 맞춤형 오디오 시스템을 제작한다. 이처럼 하는 곳은 인피니티가 유일하다.
도어 트림의 디자인은 늘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도어 손잡이 부근의 디자인들은 바람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듯 보이고, 가죽 재질 부분은 강인한 어떤 인상을 준다.
운전석에서는 주행 가운데, 왼쪽 손을 팔걸이에 팔을 올려둔 채로 있으면, 그 위치가 잘 맞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운전석보다 중요한 자리는 없는데, 고급차를 표방하는 브랜드답지 않은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다만, 가운데 자리는 센터 터널로 인해 어린이가 아니고서는 탑승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Q70은 기본기에 충실한 차량이다. 3.7L V6 가솔린 엔진인 VQ37VHR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워즈 오토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꾸준히 선정된 바 있다. 최고출력은 333마력(7000rpm)이고 최대토크는 37kg.m의 힘을 낸다. 이 엔진은 높은 회전수를 바탕으로 한 가속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7단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인피니티 파워트레인에 대한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있는 바다.
3.7 AWD 모델의 연비는 복합 8.3km/ℓ이다. 주행을 마치고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연비는 이에 못미치는 5.8km/ℓ를 기록했다. 더 낮게 나오기도 했다. 평균속도 14.1km/h로 달렸고, 총 89.1km를 주행했다. 아무리 테스트 위주의 주행이 주를 이뤘다고 하지만, 연비는 큰 약점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주행감은 인피니티 특유의 높은 운동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잘 달리고 잘 선다. 악셀러레이터를 깊게 밝으면, 역시나 엔진회전 소리가 귀에 자극적으로 들려져 온다. 이런 소리는 주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레드존은 7500rpm부터 시작된다.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 ▲에코 ▲스노우에서 선택할 수 있다.
Q70이 독일 차의 아성을 넘기에는 너무 높아보이기도 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차량이라는 생각이다. 디자인과 주행성능 면에서 Q70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5695만~688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