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말리부는 아키텍처와 디자인, 파워트레인, 섀시 및 안전 시스템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변화를 이뤄냈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의 말이다. 한국지엠은 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에서 쉐보레 중형 세단 '올 뉴 말리부' 미디어 시승 행사를 가졌다. 이날 한국지엠 측은 신형 말리부의 사전 계약이 나흘만에 6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이 말리부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판매 목표에 대해 제조사 측은 여전히 함구하고 있지만, 제조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차의 중형차를 들며 이들 차량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판매 댓수를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있게 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제조사 측은 트림당 판매 목표 비중에 대해 1.5리터 터보를 75%로 잡고 있었다. 나머지는 2.0리터 터보다.
이날 시승차는 2.0리터 직분사 가솔린 터보를 장착한 차량이었다. W호텔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천문대까지 왕복하는 시승 코스로 진행됐다. 산길의 와인딩 코스가 이어지고 고속도로와 일반 국도를 달렸다.
사실 말리부의 디자인은 기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전면부가 특히 그랬지만, 그러나 측면과 후면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불만이 없었다. 후면은 임팔라를 보는 듯하다. 테일 램프의 디자인은 거의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신형 말리부는 제조사측의 표현과 같이 반세기 동안 진화했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스튜어트 노리스 전무는 신형 말리부 디자인에 대해 "재창조에 가깝다고 보면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2인 1조로 진행된 시승에서 먼저는 조수석에 탑승했다. 조수석에 앉아 느끼는 주행 느낌은 승차감이 무척 뛰어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면서 체감하게 되는건, 터보 엔진이기 때문에 들려오는 자극적이고 듣기 좋은 엔진회전 소리와 빠르게 급가속하며 치고 나가는 역동적인 주행감각이었다.
동승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야 하나보다"라고 말하며 제동력에 있어서 브레이크 민감도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교대해 운전석에 앉아 주행을 해보니,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브레이크 답력이 초반에 몰려있는 형태가 아닌, 깊숙히 밟아야 높은 제동을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잘 적응하지 못한 초반에는 "급제동시에 위험하겠다"라는 생각에 비판적인 판단이 들었으나, 주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생각으로 이런 브레이크 감각을 만들어냈나를 생각하게 되며 일순간 처음보다는 적응하게 됐다. 그러나 너무 민감해도 주행에 어려움을 주지만, 말리부의 경우에 있어서는 초반 브레이킹에 좀더 제동력을 실어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판단을 했다. 위급 상황에서는 빠른 제동력을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시승 행사가 이뤄졌음에도 브레이킹 시에 차가 밀린다거나 위험한 상황을 느낀다거나, 혹은 노면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경험은 하지 않았다.
주행감에 있어서는 터보 엔진이기에 부족함 없이 잘 달려나갔다. 쉽게 3000rpm으로 치고 올라갔고, 엑셀러레이터를 좀더 역동적으로 밟으면 5000rpm을 넘어 레드존인 6500rpm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한 기자는 "3000rpm 까지는 잘 올라가는데, 4000rpm에서 굼뜬 모습을 보이더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행감에 있어서는 저속, 고속 주행에서 있어서 만족했다. 우리나라를 찾은 제레미 쇼트 말리부 글로벌 개발 담당임원은 이날 행사에서 "한국 시장에 맞게 특별히 튜닝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황준하 한국지엠 파워트레인 부문 전무는 "중형 세단에 대한 일반적인 방향으로 인해, 터보 모델이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며 "국내 중형 세단의 길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무는 터보모델에 고정 관념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노이즈와 관련된 부분이 있는데, 그는 "말리부는 가장 잘 정제된 엔진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며 "소음 및 진동목표를 만족하도록 테스트하며 노력했다"고 말했고, 비싸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터보 엔진의 대중화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6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다방면에 걸친 최적화를 이뤄냈다"고 황 전무는 설명했다.
코너링에서도 만족스럽게 잘 돌아나갔지만, 이 가운데 느껴지는 핸들링의 느낌은 무거운 편에 속했다. 말리부에 적용된 엔진은 이 차량에 처음 적용됐다고 한다. 제조사의 주력 엔진이기 다른 차량에 앞으로 계속 적용된다.
급가속과 급제동이 반복된 주행을 한 결과,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평균연비는 7.5km/L가 표시됐다. 기자가 워낙 거친 주행을 했기 때문이었다. 동승한 기자의 트립 컴퓨터에는 평균연비가 9.7km/L이 기록됐다. 2.0 터보 모델의 공인연비는 10.8(고속: 13.2, 도심: 9.4)km/L이다.
신형 말리부는 동급 최대 길이의 차체를 갖고 있다. 주행 가운데에서도 큰 차량에 타고 주행하고 있다는 기분을 받았다. 신형 말리부는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 증가와 진보한 차체 설계 기술을 통해 이전 모델 대비 130kg 차체 무게를 줄였다. 쇼트 말리부 글로벌 개발 담당임원의 설명에 의하면 차체의 절대적인 필요성이 있는 부분만 중량을 추가했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달성하고도 130kg이 감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형차에서 길어지는건 무거워진다는건데, 그랜저가 더 무겁다"며 "SM6와 무게는 같지만 SM6는 짧다. 이부분을 자랑으로 여긴다"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말리부는 동급 최고 수준의 연료효율을 갖추게 됐다. 주행을 해보면, 큰 차체의 느낌을 받게 되긴 하지만 차체가 무겁다는 생각을 하진 않게 된다.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대시보드가 낮게 깔려 있는 편이라 전방 시야 확보에 편안함을 느꼈다. 스티어링휠은 큰 편에 속했고, 그 감촉에 있어서는 고급감까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립감은 좋았다. 스티어링휠 좌측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추돌경고 조작 기능, 차선이탈경고 등의 설정 버튼이 있다.
기자의 미숙한 조작 능력 때문인지도 모르나, 전방추돌경고를 2번 시도했지만, 앞차에 근접한 상황에서도 모두 제대로 작동해주지 않아 브레이크를 스스로 밟는 상황이 연출됐다.
차선이탈경고에 있어서는 초반에는 이 기능 또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의심이 갔지만, 반복해서 테스트해보니, 차선에 바퀴가 닿으면 차선이탈경고의 이미지 색깔이 변하고, 차량을 차선 안으로 밀어넣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조사 측 설명에 따르면 차선유지보조가 가능한건,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때문이다. 경고음이 들린다거나,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줘 위험 신호를 주는 기능은 없었다.
센터 페시아는 정돈된 인상을 준다. 왼쪽 팔걸이는 편안했지만, 오른쪽 손을 센터 콘솔에 걸쳐둔채 기어를 변속하게 되면 그 위치가 잘 맞지 않았다. 토글 시프트 버튼은 사용하기 불편한 점은 없어보였지만, 오른 팔을 걸친채 기어 변속을 할 때는 "위치가 잘못 적용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자세가 안나왔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토글 시프트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는데, 제조사 측은 "소비자 불만을 조사했지만, 의외로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적었다"며 "지엠의 패밀리 트랜드가 토글 시프트로 가고 있다. 그러나 향후 고려는 하겠다"고 말했다.
시트 가죽의 질감은 나쁘지 않았고, 편안한 촉감을 느끼게 한다. 뒷좌석 무릎·머리공간은 180cm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여유로웠다.
제조사의 말과 같이 기존 중형 세단의 통념을 깨고 신형 말리부는 터보 엔진만을 내놨다. 올 해 여름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계획에 있다.
말리부가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달리기 위한 차는 아니다. 터보 엔진의 장점은 추월 가속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에서 드라이빙의 재미를 맛보게 된다. 국내 중형차 시장의 경쟁은 무척 치열하지만, 말리부는 이 안에서 디자인과 주행성능, 가격 등의 면에서 밀릴 차량이 아니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는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에서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