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6(해외명 탈리스만)'는 출시되기 전부터 많은 집중을 받은 차량으로 기억된다. 사전예약은 2월부터 시작됐고 한달간 1만대가 넘는 계약고를 올렸다. 3월 내수시장에서 6751대가 판매됐다. 4월에는 5195대가 팔렸다. 이달 초 누적계약 댓수는 2만7000대를 넘겼다. 치열한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관심이 집중될만한 실적이다.
SM6는 고급 중형차를 표방하고 있다. 사실 이 차량이 르노 본사에서 주도해만든 차량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SM6는 국내 차다. 부산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SM6가 기획된건 지난 2011년 부터라고 한다.
SM6가 출시되고 나서 집중 조명을 받은건 서스펜션 부분이었다. 서스펜션이 멀티링크와 토션빔이 있는데, SM6는 저가형인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을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한 논란이었다. 한마디로 토션빔이 고급 차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인데, SM6는 왜 값싼 제품을 사용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제조사는 이를 반박하는 상황이 한동한 진행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르노삼성은 토션빔을 개량한 AM링크를 사용하고 있다. 저가형과는 다를 뿐더러 자체 특허기술을 적용했다고 제조사는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직접 주행을 해보면 더이상 하지 않게 된다. 주변의 얘기를 실제로 들어봐도 그렇다.
토션빔은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실제 시승해보니 이같은 엔지니어 부분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차량 서스펜션이 충격이 강하게 느껴진다거나 그래서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높은 주행질감을 느끼게 했고 탄탄하고 만족스러우며 잘 단련된 차량 느낌을 전달했다.
차량을 봤을 때 먼저 판단하게 되는 부분은 시각적인 부분, 즉 외관이기 때문에 SM6의 주간 주행등 디자인은 강한 존재감을 불러 일으킨다. 헤드라이트 끝 하단 부분부터 시작 돼 앞 범퍼 쪽으로 'C'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느낌은 강인하고 우아하며 확실한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사실 SM6의 주간 주행등 디자인을 많은 이들이 주목던 상황에서도 기자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었다. "디자인 기교를 부리다가 저런 형태까지 만들어낸거 아닌가"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면 볼수록 SM6의 주간 주행등 디자인은 주목받을 만하고 남성적인 느낌의, 아주 매력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매우 인상적이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주간주행등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최근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다.
후면부는 단조로운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의 램프 선에서 더 치고 나아가 엠블럼 방향으로 선을 더 빼놓은 디자인이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듀얼 머플러가 장착 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장식용이다.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고 트윈 머플러 데코피니셔이다. 하단을 들여다보면, 안쪽으로 배기 파이프가 보인다. 장식임을 알 수 있다. 휠은 투톤으로 처리했고 19인치 알로이 휠이 달려 있었다.
고급 중형차를 표방하는 SM6. 실내에서는 8.7인치의 'S-링크' 시스템이 중요한 부분이다.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이런 형태를 따라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좋은건 시야다. 크게 잘보여 답답함이 없고 일반적인 작은 크기의 스크린과는 달리 S-Link가 이 차량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걸 눈으로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번에 원하는걸 볼 수 있게 돼 있지 못하고 몇번 반복에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한 지적이 있기는 하다.
이 스크린은 일반적인 가로형과 달리 세로형으로 돼 있어 이는 큰 변화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8.7인치 세로형 풀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는 멀티센스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오디오, 공조장치 같은 기본 기능 뿐 아니라 차량의 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까지 통합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처럼 손가락 줌, 페이지 스크롤링, 드래그-앤-드롭으로 조작 가능하다.
그래픽은 간결하고 돼 있고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 편이다. S-Link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다.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와 정전기식 멀티 터치를 지원한다. 네비게이션은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헤드레스트는 디자인에 있어서 개성적이고 또 편안함을 주긴하지만, 시각적인 부분에서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트는 나파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Multi-Sense 시스템은 훌륭하다. 컴포트, 스포츠, 에코, 뉴트럴의 4가지 기본 프로그램 세팅에 개별 설정이 가능한 개인 모드 등 5개 모드가 제공되는데, 각 모드에 따라 주행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주행 느낌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계기판 디자인과 색, 무드 조명색까지 함께 달라진다.
Multi-Sense 기능은 S-Link 통합 멀티 디스플레이의 메뉴, 다기능 로터리 스위치 또는 센터 콘솔의 2개 모드 전용 단축 버튼을 통해 선택, 조절할 수 있다. 센터 콘솔의 전용 단축 버튼은 운전자가 전방 운전 시야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스포츠 세팅은 한층 향상된 드라이빙 성능과 역동성을 제공하고 컴포트는 장거리 주행의 스트레스를 없애준다. 스포츠 모드의 경우, 스포티한 엔진 사운드가 엔진 rpm 및 엑셀레이터와 연동해 스피커를 통해 별도로 재생된다. 스티어링 답력은 무거워지고, 변속은 강력한 파워를 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rpm에서 이뤄진다. 전자제어 댐퍼는 핸들링 성능을 우선하는 쪽으로 설정된다.
컴포트의 경우, 전자 제어 댐퍼는 승차감을 우선해 초기 세팅된다. 조타력은 가벼워지고, 가속 페달과 파워트레인 시프트 패턴은 기본 설정이 적용된다. 에코모드의 경우에는 조타력은 가볍게, 전자 제어 댐퍼는 승차감 우선 특성으로 설정되며 뉴트럴 모드는 실내에 엔진 사운드가 추가 돼 엔진 rpm에 선형적인 엔진음을 만들어 준다. Multi-Sense 기능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걸 느낄 수 있게 된다.
파워트레인 라인업은 모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엔진과 트랜스미션으로 새로 구성됐다. 2리터 GDI 엔진, 1.6리터 터보 GDI 엔진, 2리터 LPLi 엔진, 1.5L 디젤 엔진이 제공된다. 가솔린 엔진은 모두 직분사를 적용하고 있고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장착했다.
중형차 최초로 R-EPS를 전 사양 기본 장착해 주차나 저속 주행은 물론 고속 주행 등 모든 운전 환경에서 정교한 핸들링을 제공한다고 제조사는 설명한다.
시승 차는 1.6 TCe 모델이었는데, 시승 초반부터 주행 느낌이 너무 좋아 "이래서 잘 팔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바로 했다. 시승 시 평가할 수 있는 가속성능과 주행/코너링 안정성, 제동력, 핸들링, 승차감 등에서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TCe라 편안하게 치고 달려나가는 부분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승 특유의 과격한 주행으로 진행됐기 때문인지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연비는 5.7km/l였다. 평균속도 21.3km/h로 달린 결과였다. 1.6 TCe 모델의 공인연비는 12.3~12.8 km/l(3등급)이다.
뒷좌석의 경우 단점으로 보여졌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구했기 때문인지, 180cm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머리 공간이 충분치가 않다. "다 좋은데 이게 단점같구나"란 판단이 생각보다 좀 많이 들게 된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3개는 충분히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SM6는 계속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늘 "현대·기아차가 못하는 틈새 시장을 노릴 것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 그런 상품을 내놓을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SM6가 그런 차이기에 많은 이들이 구매를 결정하고 있는 것일텐데, 이같은 인기를 받을만한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는 차량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