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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美 금리인상 불확실성에 골치 아픈 한국은행···기준금리 방향 놓고 고심

미국의 9월 금리인상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한은은 9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6월 연 1.50%에서 0.25%포인트 '깜짝 인하' 1.25%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동결됐다.

한편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 가계부채와 불투명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정부가 속속 도입하는 각종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급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앞으로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의 카드사용액까지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올 상반기 동안 54조원이나 늘어 6월 말 현재 1천257조3천억원에 달했다.

이어 7월에는 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3천억원 늘었고 8월엔 8조7천억원이나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의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의 급증행진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가계대출에 대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데 이어 지난달엔 주택공급을 축소하는 8·25 대책을 내놓았고 이달 초엔 또다시 집단대출의 소득 확인을 의무화하는 등 대출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시중은행 문턱을 높이자 '풍선효과'로 시중은행 대비 대출금리가 몇배이상 비싼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으로 서민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꺽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고금리 상품에 대한 대출이 늘어날 경우 가계들의 이자부담은 이전보다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빚에 허덕이는 한계가구가 늘어날 경우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도 한은읜 금리방향을 결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연일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등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표의 방향에 따라 인상 예상 시기가 달라지고 있지만 연준이 연내에 최소한 1차례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있다.

최근 앞서 발표된 경기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꺽이는 듯 했지만 연준이 전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금리인상의 불씨를 또 다시 살리며 불확실성이 또 다시 커졌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일본은행도 오는 21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점도 모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내외금리 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막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시장금리 등이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막대한 가계부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은의 금리는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