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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정치문화, 수평적 토론중심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

정치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권위주의시대에는 수직적 체계에서 명령과 보고가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대에는 수평적 체계에서 토론과 협의가 중심이 된다. 우리는 아직 인사가 끝난 것은 아니고 이제 새로운 정부가 가동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청와대의 정치문화가 종전과 많이 바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좀 더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감지되는 것이다. 우선 대통령이 비서진들과 같이 둘러 앉아 겸상을 하면서 식사를 하고 스스로 웃옷을 벗어려는 자세에서 그런 분위기의 전환을 느낄 수 있다.

지난 박근혜정부의 업무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국무회의는 물론, 청와대의 비서진들과 가지는 회의에서 조차 대통령은 미리 써놓은 원고를 그대로 읽고, 참석자들은 무엇인가 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누가 미리 적어 준 원고를 그대로 읽고, 그것에 대한 토론이나 의견교환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권위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회의방식이며, 한정된 의사전달방식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참석자들의 경험과 지식이 공유될 수 없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매스컴을 통하여 대통령이 참여하는 회의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그래서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와 공공정책들은 간단히 처리될 수 있는 것이 드물다. 대부분 정책문제들은 얽히고 복잡하게 꼬여 있으며, 고도의 전문성과 치밀한 분석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한 두 사람의 머리나 소수의 독단적 견해만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다가는 시행착오와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토론하고 협의를 하는 것이 문제해결방안을 찾는 지혜로운 접근방법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정부는 여소야대의 국정체제로 출발한다. 여야의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법안이나 예산문제의 처리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협치는 탈 권위와 수평적 사고에서 부터 비롯된다. 청와대 내의 업무처리도 그러하지만 권력의 중심부인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에서도 수평적 협력이 바람직하다. 정책참여자의 어느 누구도 정보를 독점하고 일방적 지배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권력은 분점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소통과 협의나 협상을 통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들이 지닌 에너지가 총동원될 수 있다. 요컨대 우리사회는 지금까지의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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