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견줘 갚아야 할 원리금이 빠르게 불어나며 가계의 빚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은 다른 국가와 견줘서도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분기 한국 가계 부문 DSR(Debt service ratios·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12.2%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DSR는 특정 기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가처분소득과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가계부채의 위험 지표로 해석된다. DSR가 높을수록 소득과 비교해 미래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가계 부문의 DSR는 통계 작성 초기인 1999년∼2000년엔 8∼9%대였다가 서서히 상승, 2010년 말 12%대에 진입했다. 2013년 11%대로 다시 내려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6년 1분기 11.2%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한국 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가계부채의 규모가 커지고 금리가 오르며 원리금은 커지지만 소득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본격 추진했지만 증가세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 성장세와 견줘서도 가파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월 말 기준 95.2%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소득, 경제 성장세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를 짓눌러 내수와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BIS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제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한다.
더 큰 문제는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져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워진 가계들이 늘면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부실해져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실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가계부채였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소득, 부채 증가율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부채 증가율이 소득보다 2배 이상"이라며 "가계부채 규모, 비율 자체보다도 가계부채 안에 자영업 대출이 많이 포함됐고 그중 상당수가 부동산에 투자돼 있으며 경기는 나빠지고 금리는 인상기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건전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위기는 터질 때까지 모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