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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이익률 역대 최고…20%는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

기업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이 모두 개선된 가운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 10개 중 2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65만5천524개 비금융 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을 31일 발표했다.

▲반도체·석유화학 호조…매출액 9.2%로 증가=기업의 수익성을 이끈 것은 반도체 관련 업종이었다.

지난해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9.2%로 2011년(12.2%) 이래 가장 높았다. 전년(2.6%)과 비교하면 6.6%포인트나 뛰었다. 제조업은 -0.6%에서 9.0%로 플러스 전환했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고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단가가 상승하며 기계·전기전자, 석유·화학에서 매출액증가율이 반등한 영향이 컸다.

비제조업도 5.3%에서 9.3%로 확대했다. 수출 호조로 산업재 유통이 활발해지고 편의점, 온라인 판매 성장세까지 더해지며 도소매업 매출액 증가율이 뛰었다. 아파트 분양 호조 덕분에 건설업에서도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대기업은 전년 -1.3%에서 7.9%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중소기업은 8.6%에서 11.0%로 확대했다. 전체 산업의 총자산 증가율은 6.3%에서 7.6%로 상승했다. 제조업(5.1%→6.5%), 비제조업(7.2%→8.4%)에서 모두 전년보다 올랐다.

매출액

▲ 전기전자 빼면 영업이익률 1.0%포인트 하락=전체 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1%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이래 최고였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년 전보다 상승한 7.6%, 비제조업은 4.9%로 전년과 같았다.

기계·전기전자가 제조업은 물론 전체 산업의 영업이익률 상승을 주도했다. 기계·전기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전년(5.8%)보다 두 배 가까이 뛰며 11.7%를 기록했다. 제조업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였다.

PC에 주로 사용되는 램(DDR 4G)의 작년 평균 가격이 3.77달러로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오른 덕분이다. 기계·전기전자를 제외하면 전체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5.1%, 제조업은 5.5%로 쪼그라들었다.

비제조업에선 부동산 영업이익률이 12.2%로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대기업은 7.6%, 중소기업은 4.0%로 각각 1.1%포인트, 0.1%포인트씩 상승했다.

전체 산업의 세전 순이익률은 6.1%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은 6.1%에서 7.9%로, 비제조업은 3.9%에서 4.5%로 올랐다.

수익성

▲전체 기업 부채비율 하락…좀비기업 비중은 20%=전체 산업의 부채비율은 114.1%로 전년 121.2%에서 소폭 향상됐다. 이는 통계 편제 이래 사상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77%로 전년(80.2%)보다 하락했다. 다만 비제조업에서 음식숙박업은 193.7%에서 201.5%로 확대됐다. 또, 한국전력공사 등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전기·가스업 부채비율도 소폭 올랐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이 모두 개선됐음에도 기업 간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442.1%에서 537.4%로 크게 올랐는데, 이자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기업인 좀비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은 전년 20.2%에서 지난해 20.3%로 0.1%포인트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0%가 되지 않아 적자를 보는 곳도 17.5%나 포함됐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이 20.2%를 기록했다는 것은 10개 기업 중 2곳은 영업활동으로 이자 비용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벌지 못하는 좀비기업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신설기업이 매년 평균 4만개씩 늘어나는데, 신설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