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용산 정비창 부지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전격 지정했다. 이는 5·6수도권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대규모 공급계획이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정비창 인근의 행정동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면 1∼3구역과 시범중산아파트 등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13개의 초기 재개발·재건축 단지로 대상을 한정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들 사업 초기 단지에 특히 투기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상 구역들은 앞으로 1년간 주거지역은 대지면적 18㎡ 초과, 상업지역은 20㎡ 초과 토지를 거래할 때 구청의 허가를 받아 실수요자만 매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단지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최근 오른 호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소식이 들리면서 집주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며 "5·6대책 발표 직후 투자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가 이미 허가구역 지정 소식에 차분해진 상태여서 당분간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로1가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국방부 인근 재개발 추진 구역도 한 투자자가 10억원대 건물을 사려고 하다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를 지켜본 뒤 매수하겠다고 보류했다"며 "대상지에서는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재개발 추진으로 가격이 급등한 정비창 전면1구역은 대부분 지분의 대지면적이 18㎡를 초과해 허가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면1구역은 정비창 바로 인근 지역으로 워낙 가격이 높아서 원래도 거래가 쉽지 않았다"며 "허가 대상이 되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산의 정비사업 대상이 아닌 일반 주택이나 상가는 거래가 가능해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보유세 인상에 코로나 여파로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잘 안되고 호가도 약세였다"며 "허가 대상으로 묶였으면 호가가 더 떨어졌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가구역 내에서도 대지면적 18㎡ 이하의 주택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부 용산 일대 재개발 구역의 소형 연립주택과 빌라·다세대 등은 대지면적이 18㎡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가 대상에 포함된 이촌동 시범중산아파트는 전용면적 39㎡, 49㎡, 59㎡, 전체 228가구의 소형 단지로 서울시 시유지에 지어져 현재 토지 소유권이 없는 상태다.
국토부는 그러나 대지권없이 지상권(건물)만 거래되는 경우도 대지면적이 18㎡를 초과하면 허가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아파트의 경우 대지면적이 18㎡를 초과하는 주택은 59㎡ 144가구뿐이다. 전용 59㎡는 토지거래허가를 통해 2년 이상 실거주가 가능한 실수요자만 매수가 가능한 반면, 39㎡와 49㎡는 허가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이 아파트 59㎡는 5·6공급대책 이전 7억5천만원에서 대책 발표 직후 거래없이 호가가 8억∼8억5천만원 선으로 5천만원 이상 뛰었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단지내에 허가 대상과 아닌 것이 섞여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허가 없이도 살 수 있는 초소형 면적에 투자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허가 대상으로 묶인 삼각맨션 재개발 단지에서도 130가구 가운데 허가대상은 76가구이며 나머지 54가구는 18㎡ 이하로 전해졌다.
신용산역 1구역에서도 118가구 가운데 48가구가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비해 조합설립인가 상태인 한강로와 신용산역 북측2 재개발구역, 국제빌딩 주변 5구역은 각각 267가구, 98가구, 118가구 전체가 허가 대상이다.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지구내에서도 허가구역과 비허가구역으로 나뉘는 것은 비정상적인 규제로 보인다"며 "허가를 받지 않는 소형이나 허가구역 이외 아파트 등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