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권가의 화두는 단연 '주식 양도세'였다. 정부가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과 펀드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주말 언론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이번주 들어서는 모든 주식에 양도세를 물린다는 방침이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조정방안, 금융투자상품간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 등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증권세제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일본의 경우 1961년 일부 대량거래에 대한 과세를 시작으로, 1989년 '증시 버블기'에 주식 수익에 대한 전면 양도세를 부과하기까지 무려 28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999년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하는데도 12년이 걸렸다.
◆ 주식 양도세란?…과세 대상 1000만명?
주식 양도세는 지분율 1%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 주식 매매시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소득세다. 250만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일괄적으로 양도세가 부과되는 해외 주식과 달리, 국내 주식은 상장주식의 대주주에 한해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2017년 세법 개정을 통해 양도세 과세범위를 확대했고, 양도세 부과대상 대주주 기준이 15억원 이상에서 올해 이후는 10억원 이상, 내년 4월부터는 세법이 다시 개정돼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한 종목의 주식 3억원어치를 보유할 경우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되고, 20~30% 정도의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된다. 만약 한 기업의 주식을 3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가 매도해 1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면, 2000~3000만원을 양도세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주식 투자자가 1000만명대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모두 2023년부터 양도차익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대주주 분류 기준이 개인이 아닌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으로 합산한다는 것이다. 기존 개인보유 금액 10억원 초과일 때 대주주로 분류되던 것이 내년 4월부터는 가족 합산 3억원 초과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운용 자금이 큰 투자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 연 6~8조원 증권거래세는 어떻게 되나
주식 양도세 확대와 함께 증권거래세 폐지가 언급된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달리 국내에서 주식을 팔 때는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이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현재 0.25%의 세금이 붙는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더라도 내야하는 거래세는 매년 6~8조원에 이른다. 주식을 매수할 때 평가금액이 마이너스부터 시작하는 이유도 증권거래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당국은 세법 개정안으로 23년만에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했던바 있다. 현재는 주식 양도차익에는 전면 과세하고, 증권 거래세는 폐지 대신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증권거래세는 자본시장육성책의 일환으로 1971년에 폐지됐다가, 1978년 세수 증대 및 단기성 투기행위 억제를 위해 다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양도세와 거래세 이중 부과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경우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문제가 있으며, 국제적인 증권거래세 폐지·인하 추세와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주식 양도세를 소액주주에게까지 동일하게 과세해, 증권거래세 폐지 시 줄어드는 세수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은 실무상 번거로움이 너무 크고 불필요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주식 양도세를 강화하면 단기적인 투자가 확대되는 경향이 더 강해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양도세의 보완 수단으로 증권 거래의 투기화를 통제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비과세에 따른 조세 형평성 저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증권거래세 폐지와 주식 양도세로의 전환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 투자자들은 '못마땅'
주식 양도차익에는 전면 과세하고, 증권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한마디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당장 양도세 부과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내년 4월 3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것이 불만이다. 3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것만으로는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주주 기준으로 삼기에 사회통념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세법상 본인 외에도 배우자, 자녀의 보유분까지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도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협회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주식양도소득 관세 개선 건의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가 재정 확충을 위해 세금을 늘리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주식 관련 과세도 늘리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를 매년 0.05%씩 내리더라도, 증권거래세(현재 0.25%)에 비해 양도세 세율(20~30%)이 더 크다.
또한 현금화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주식의 장점도 떨어질 수 있는데다,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차라리 해외 주식이 낫겠다는 반응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 해외주식은 22%의 양도세가 적용되고 있다. 3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국내주식은 수십만원 정도의 증권거래세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해외주식과 동일한 6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보다 성장성과 확장성, 안정성 및 배당률이 높은 미국 등 해외 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는 개인 투자자들이 과세 부담으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우려대로라면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의 중소형주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
◆ '선진화'되는 금융세제는 없나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예고했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추진 계획이다. 주식 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투자 손실이월공제 제도 역시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달 초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말 공식 출범한 21대 국회의 개원을 축하하며, 금융투자상품 전반에 대해 손익통산을 확대하고 손실이월공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바 있다.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 제도를 도입, 모든 금융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합쳐 이익이 나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주식에서 500만원의 수익을 얻고 펀드에서는 1000만원을 잃어 총 5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또 다음 해에 1000만원의 이익을 냈다면, 이월공제 제도에 따라 과거 손실 500만원이 차감된 5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붙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상품 간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도를 금융세제 선진화의 핵심으로 보고,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주식과 파생상품 등 현재 양도세를 과세하는 상품끼리 손익통산을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펀드는 배당소득세 과세 체계를 양도세로 바꾸는 시점에 손익통산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12월은 하락장?…앞으로의 증시는
한편, 앞으로의 증시와 관련된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주식 양도세다. 양도세 부과 대상 확대시, 세금 부담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만의 과거 사례가 많이 언급된다.
1988년 9월, 대만 정부는 12년 동안 폐지됐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부활시키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었다. 이에 대만증시는 19거래일 연속 하락해 30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988년 9월24일 8798포인트에서 10월21일 5615포인트까지 급락했고, 거래금도 17억5000만달러에서 3680만달러로 47배 이상 급감했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거래세 세수까지 줄었고, 결국 정부는 1990년 양도세를 다시 폐지했다.
지난 2012년 4월에는 양도세 논의가 나온 것 만으로 지수가 1% 이상 하락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들과 대형주 주주들이 양도소득세 부과에 앞서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를 떨어뜨려 세금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라는 것이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매년 12월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연말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인 '대주주 엑소더스(Exodus)' 때문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20~30%의 주식 양도세가 부담스럽고, 대주주에 해당되지 않도록 연말 주주명부 폐쇄 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연말 대주주 요건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년에는 3억원으로 줄어들면 이에 따른 대주주들의 연말 '매도 폭탄'이 증시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