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업황 위기를 맞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지부진한 데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 편입이 무산돼 항공업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항공업계는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총 1천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진에어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진에어 측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대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개발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또한 코로나19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제주항공은 1천5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중 407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천178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각각 사용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일정은 구주주 청약은 다음 달 5∼6일(우리사주조합 8월 12일)로, 일반 공모 청약은 다음 달 18∼19일이며 납입일은 다음 달 21일이다.
제주항공 측은 "최대 주주인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 724억원을 이미 확보했다"며 "2대 주주인 제주도 역시 40억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고 현재 검토 중인 항공기 엔진 매각 등이 이뤄지면 연말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 지난달 유상증자를 위해 가진 일반 공모(실권주·단수주) 청약 경쟁률이 124.52대 1을 기록해 흥행 신화를 쓴 바 있다.
대한항공의 일반 공모 대상 청약에만 3조7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앞서 진행된 우리사주조합·구주주 대상 청약에는 발행 예정 주식 7천936만5천79주 가운데 7천725만8천49주의 청약이 이뤄져 97.35%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성공으로 대한항공은 1조1천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대한항공처럼 성공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9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추진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총 청약률은 52.09%였지만 이중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지분율 58.32%)의 청약 참여율은 25.61%에 그쳤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 우선배정 청약률은 56.69%, 일반 구주주 청약률은 86.87%였다.
이에 대해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일반공모 청약 공고(30일)를 앞둔 가운데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이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유상신주 발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주주가 유증 참여를 위해 자금 확보를 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항공 관련 업종 취급 제한 등으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현재 국내선에서 매출이 일부 발생하는 만큼 일단 하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에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정부의 항공업계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저비용 항공사 업계는 지난달 2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체결한 노사정 협약에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60일 연장과 고용유지지원금 90% 상향 지원 기간의 3개월 연장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저비용 항공사 업계 관계자는 "당초 항공업계에서 건의한 기간보다 줄어든 60일 연장으로 정해지기는 했지만 일단 이대로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하루빨리 관련 내용이 확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아시아나항공과 관련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인수가) 안됐을 때 당장 유동성이 부족하면 결국 정부 돈인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하는 것"에 에 관해 "어쨌든 그런 부분도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딜이 안돼 아시아나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면 자격 요건에는 해당한다"며 "결정은 (기금)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 협상이 불발된 이후 신규 투자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투자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어 일일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