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 10개월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M&A가 결국 노딜로 귀결되면서 채권단 경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업은행의 플랜B가 가동되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 투입에도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던진 '최종안' 제안에도 현산이 '12주 재실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조만간 계약 해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이미 거절한 바 있는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를 현산이 다시 꺼내 들자 채권단은 '인수 의지에 진정성이 없다'고 최종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공식적인 노딜 선언만 남겨둔 상태로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내주 중 HDC현산에 거래 해지를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2조원 안팎의 기안기금 투입을 예상하고 있다. 기안기금이 지원되면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다.
채권단은 기안기금 투입으로 급한 불은 끈 뒤 내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로 항공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대체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전철 밟나
앞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불발 이후 재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미 대형 펀드와 기업 3∼4곳 등이 투자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로, 이 중에는 항공 관련 산업을 하는 곳도 포함돼 있다"며 "공익성을 띤 펀드를 운용하는 곳도 투자 의향을 밝혀 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에서 나서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420여명을 제외하고 남은 7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미 인력 감축 규모를 정해놓은 상태이고 희망퇴직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정리해고 대상"이라며 "재매각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산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같은 해 12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애초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천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천228억원에 매입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천772억원 규모의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산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하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재실사를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