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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세인데 정유사들 전망은 왜 어두울까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2%(0.07달러) 내린 37.2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주 6.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은 WTI가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통상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정유사들에게는 유리하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오히려 정유사의 전망은 어둡다.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렸다는 표현도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2분기 국내 석유화학 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6.8%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감소세가 -5.2%보다 더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상반기 정유사 정기평가결과를 통해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에쓰-오일의 등급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평은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 이후 당분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점과 상당 수준의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들어 등급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상반기 유가급락과 락다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봉쇄)으로 인해 정유제품 수요의 70~80%를 차지하는 항공, 차량, 선박 운행이 크게 줄어 마진이 악화되었다"며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고려하면 정유 제품 수요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하반기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GS칼텍스 공동 융복합 에너지 충전소 [
GS칼텍스 제공

◆ 정유사들 수소 공급자 역할로 돌파구 찾기

정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지난 상반기에 낸 적자 규모는 5조1천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타격을 입었다고 말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3분기가 오히려 지난 2분기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2분기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이익 증가로 적자 폭을 줄였는데 지금은 지속적인 유가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와 정부의 '그린 뉴딜'에 발맞춰 수소 사업을 통한 신사업 기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업계와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소 상용차 충전 인프라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 설립 시점은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 내용은 수소 트럭, 수소 버스 등 상용차 충전 인프라 구축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정제과정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기존에 다루던 제품과 유사한 성질의 수소를 유통하는 것이어서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4사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오던 정유사들도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수소 산업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은 오히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흑자를 내는 등 돌파구를 찾았지만 정유사들은 그러한 유연한 사업 전환도 힘든 상황"이라며 "모빌리티 연료가 기름에서 전기, 수소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수소 충전소 효성중공업
효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