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1위 업체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 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지, 소형 전지 부문 등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
LG화학은 앞으로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정한 것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때문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미국 테슬라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폴크스바겐·BMW·제너럴모터스(GM)·벤츠·포르쉐·포드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을 배터리 소재, 셀, 팩 제조·판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Lifetime)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플랫폼(E-Platform)'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LG화학측은 이번 회사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할로 배터리 사업 가치를 재평가받게 되면 보다 수월하게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 LG화학, 배터리 시장 1위, 치열해지는 경쟁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은 25.1%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 CATL은 올 들어 LG화학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중국 거대 전기차 시장이란 든든한 뒷배를 가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세계 30대 전기차 제조사 중 18곳이 중국 업체다.
파나소닉의 경우 오래전부터 배터리 기술력을 갖춰온 업체로 테슬라와의 관계가 견고해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에 더해 K-배터리 일원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LG화학의 이번 분사 결정에는 수주 물량 소화와 함께 치열해지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간 경쟁 우위를 위한 대규모 자금 확보도 있다.
◆ 배터리1위 업계 보유한 한국, "원재료 확보 적극적이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발표한 '전기차 시장 글로벌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와 리튬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리튬과 코발트 자급률이 0% 수준이라 배터리 원재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2009년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하고 종합 상사들의 해외 광산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중국은 리튬과 코발트 등을 확보하기 위한 자원 외교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전경련 보고서에서 지적됐다.
전경련에 따르면 포드는 2022년까지 40종, BMW와 GM은 2023년까지 각각 25종과 22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현대자동차는 내년 9종의 신차 개발 계획만 내놓은 상황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최근 주요 국가들이 환경 규제 강화로 내연기관 퇴출 정책을 확대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전기차 핵심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자원 개발에 힘쓰고, 기업은 다양한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