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마감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권 6개에 대한 재입찰 결과 모두 유찰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모두 유찰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면세점 업계 빅3(신라·신세계·롯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입찰에 모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입찰 마감 결과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모든 사업권이 유찰됐으며 23일 재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DF2와 주류·담배·포장식품을 판매하는 DF3, 주류·담배를 파는 DF4,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DF6 등 대기업 사업권 4개와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2개(DF8/DF9)가 나왔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DF2 구역에는 입찰 참여 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대기업 사업권에도 각각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중 1곳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못했고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역시 1곳만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 인국공이 임대료 면제 카드 내놨음에도 모두 유찰..."업황 좋지 않음 보여주는 것"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는 여객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최소보장금(임대료) 없이 영업료만을 납부할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사상 첫 전체 유찰이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권 전체 유찰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익창출 기반 사라진 면세점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펜데믹(전세계적 대유행)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여행 수요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게는 글로벌 여행 수요가 곧 이익 창출 기반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양상을 감안하면, 면세업계는 당분간 자체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재무구조를 유의미하게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평은 ▲ 코로나19 장기화로 각국 정부의 출입국통제 ▲이동제한 조치 ▲ 다중시설이용 제한 조치 등이 계속된 점과 ▲상반기 외국인 및 중국인 입국객이 전년동기 대비 98% 이상 급감한 점 ▲내국인 출국객도 98% 이상 감소한 요인이 2분기 면세산업 매출은 전년동기의 절반 수준으로의 감소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상반기 7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2분기에만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에는 2조247억여원을 기록했지만 7월에는 절반 수준인 1조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면세점업에 대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을 코로나19 진정때까지 무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면세점 업계 "외형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로"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나서지 않는 대신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어 심사숙고 끝에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관계자 역시 "올해 서울 시내 면세점 2호점인 동대문점을 열었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도 진출해 면세사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따라 당분간 신규 점포들을 안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