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해외 기업에서 잇따라 기술 사기가 나오자 홍역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의 차세대 의료장비 기술기업 '나녹스(Nano-x)'의 2대 주주인 SK텔레콤도 나녹스 기술 사기 의혹에 "충분히 검토를 거쳤다"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3일 "나녹스에 대해 충분히 자체 검증을 마치고 투자했다"며 "이번 보고서에 따라 파트너십에 변화는 없다.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공매도 투자세력 머디워터스는 22일(현지시간) 자사 트위터에서 "나녹스가 시연 비디오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나녹스는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X-Ray) 기술을 토대로 하는 의료장비 '나녹스 아크(Nanox.Arc)'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나녹스가 ARC(차세대 영상촬영기기)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으로 조작한 데모 영상을 만들고, SK텔레콤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두차례에 걸쳐 총 2천300만달러(약 273억원)을 투자해 나녹스 2대 주주가 됐다.
◆ 한화도 니콜라 기술사기 의혹에 속앓이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에 1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6.13%를 확보했다.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고 상장 이후 한때 시가총액이 포드 자동차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한화 지분 가치 또한 여기에 힘입어 상장 초기 7배 이상 늘어 주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레 사기 논란이 터지면서 한화그룹도 속앓이하고 있다.
니콜라 투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주도 아래, 김 부사장이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와 만나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한화 계열사들은 2023년 니콜라의 수소트럭 양산에 맞춰 미국 수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확보했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갖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니콜라 투자는 미래 가치를 보고 결정한 것인만큼 일각의 주장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화 역시 투자자 입장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니콜라의 계획이 사기로 결론날 경우 투자 손실은 물론, 한화의 수소 사업계획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현대차가 니콜라 대신 투자한 '리막' 슈퍼카 부가티 인수 추진
반면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인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는 폴스크바겐의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리막은 마테 리막 최고경영자(CEO)가 21세이던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 및 전기 스포츠카 분야의 강자다.
현대·기아차도 지난해 리막에 8천만유로를 투자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등이 당시 직접 자그레브 리막 본사를 찾아가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