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외식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외식 수요 감소로 손님이 줄어든 데다 쌀과 채소 등 식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식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손님은 줄고 쌀·채소 등 식자재 가격 급등, 외식업 '이중고'
쌀과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식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주요 농산물 가격은 예년과 비교해 급등했다.
우선 음식점에 꼭 필요한 쌀의 도매가격(이하 상품·上品 기준)은 전날 20㎏에 5만2천740원을 기록해 1년 전 4만6천470원보다 13.5% 올랐다. 평년 가격 4만757원과 비교하면 29.4%나 껑충 뛰었다.
다른 주요 채솟값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양배추는 8㎏당 1만9천100원으로 1년 전 6천750원보다 183.0% 폭등했고, 붉은고추 10㎏은 같은 기간 7만1천50원에서 12만9천800원으로 82.7% 올랐다.
지난 1년 사이 당근은 20㎏에 5만200원에서 7만4천980원으로 49.4%, 토마토는 10㎏당 2만8천750원에서 5만3천460원으로 85.9% 상승했다.
식당 운영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식자재비라는 점이 외식업계의 고민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펴낸 '2019 외식업 경영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외식업체의 평균 영업비용 가운데 식자재가 3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인 인건비 17.6%, 본인·가족 인건비 17.5%, 임차료 9.8%, 세금 8.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식자재비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육류가 27.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쌀 등 곡류 20.2%·채소 19.5%·수산물 14.8% 등의 순이었다.
이경미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외식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11.4%였는데, 올해는 식자재비 상승을 고려하면 평균 영업이익률이 8.3%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몇 개월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정부의 외식 소비 활성화 정책도 중단돼 소비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며 "앞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외식 수요 감소로 (좋지 않은) 상황이 마찬가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돌파구 찾는 영세 자영업자, 수입 농산물 쓰거나 가격 올린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수입 농산물로 시선을 돌리거나,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 "쌀값이 비싼 곳은 5만5천원, 다른 데도 다 5만원 수준인데, 미국 칼로스 쌀은 4만원으로 1만원이 차이가 나더라"며 "5천원 차이면 국산 쌀을 쓰겠지만 1만원 차이라 쌀값이 내릴 때까지 (미국산 쌀을) 써 볼까 한다"고 적었다.
다른 음식점 주인은 "배달 주문 시 메인 메뉴에 공깃밥만 6∼7개 추가 주문이 들어올 때가 있어 짜증이 난다"며 "궁리 끝에 공깃밥 가격을 1천원에서 1천500원으로 인상했다"는 글을 남겼다.
이경미 선임연구원은 "정부 지원 정책에 외식업체 식자재비 상승 관련 지원 정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농민뿐 아니라 외식업주와의 상생을 위한 중·장기적인 농산물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