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새로운 직함을 달게 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선임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지 20년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실 정 수석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14일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에서는 '회장 보필' 역할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작년 3월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이 7월 중순 대장게실염으로 입원했지만 경영 공백 우려는 나오지 않았다.
◆ 현대차, 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 힘입고 미래 행보 빨라진다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은 책임 경영을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작년 초에는 수소 분야 세계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고, 올해 초에는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전기차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를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마침 이날은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밸류체인) 혁신을 위해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건립을 본격화한 날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고객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 체계화,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비전 달성 등 3가지 전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코로나19 위기를 견디며 미래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은 테슬라 같은 신생 업체의 등장 등으로 대변혁이 진행 중이다.
최근 전기차 주력 모델인 코나의 잇따른 화재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지만 화재 원인과 리콜의 적정성 등을 놓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배구조 개편, GBC 완공 등도 남은 숙제다.
◆ 젊어지는 4대 그룹 총수진...1970년생 정의선
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으로 국내 4대 그룹의 총수진의 세대교체가 상당부분 이뤄지게 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968년생이며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1960년생으로 4대그룹 총수 중 가장 맏형이 된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1978년생이다.
CXO연구소는 "향후 몇년 간 1970년∼1980년대 출생 오너 3세 등이 CEO급으로 약진하는 경영승계가 이어질 것"이라며 "업종을 불문하고 새로운 경영 방식과 능력을 겸비한 젊은 CEO들이 전진 배치되는 현상이 두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CXO연구소가 올해 1천대 기업 CEO 출생년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연장자는 1928년생인 대륙제관 박덕흠 회장과 KCTC 신태범 회장이었으며 최연소는 1988년생인 무학 최낙준 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