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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지배구조 고민…그 배경에는 금융계열사?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중인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는 않았지만,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8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개편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정 회장의 회장 선임 이후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상장자회사 지분율 하한선을 20% → 30%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여전히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못한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목된다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았다.

◆ 지주회사 전환하려면 금융계열사는 버려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으로 모비스를 인적 분할한 뒤 재상장을 통해 시장 평가를 받고 글로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투자 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비용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생기는 증여세 등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점 때문에 쉽게 개편에 착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한편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정 회장의 고민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있지만 금융회사 보유 금지, 자회사 지분율 하한 등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한기평은 현대차그룹이 금융회사를 포기할 수 없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한기평은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자동차사업을 위해 전속금융회사를 보유해야 한다"며 순환출자 및 사익편취 논란 해소를 위해 2018년 3월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서도 훨씬적은 비용(양도세)이 발생하는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룹내에 금융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현대차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닌 금융회사를 안고 가는 사업지주회사를 활용한느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역사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사업 중 모듈사업 부문과 AS부품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다.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정한 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줄줄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그룹은 개편안을 중도 철회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 정의선 정몽구 회장 지분 지배구조
한국기업평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