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이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잘 알려진 신경영 선언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영을 추구하는 '제2창업'에 나섰다.
이 회장은 1994년 첫 휴대전화 출시 이후 품질 문제 등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자 1995년 구미사업장에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모아 불에 태우는 충격적인 '화형식'을 진행하며 품질 개선을 이끌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그해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이후 세계적으로 성장,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는 양대 기둥으로 발전했다.
삼성의 품질 경영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단 한 번도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저력으로 이어졌다.
27년간의 이 회장의 재임 시기는 강력한 품질 경영으로 삼성그룹 시가총액을 350배로 불렸다.
◆ 품질비용 수업료 낸 현대·기아차 3분기
현대차는 올해 3분기 3천1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고 26일 공시했다.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실적 발표에 앞서 이미 세타2 엔진 추가 충당금 등의 품질 비용으로 2조1천352억원을 반영하겠다고 알린 터라 적자 전환은 사실상 이미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기아차는 1조2천592억원의 품질 비용 반영에도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 1천953억원을 기록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현대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9천458억원으로, 일각에서는 작년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럼에도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품질비용 충격에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는 평을 내놓는다.
현대차의 3분기 누계 기준(1∼9월) 경영실적은 판매 260만5천189대, 매출액 74조7천543억원, 영업이익 1조1천403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차의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한 42조2천575억원, 영업이익은 44.7% 감소한 7천848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경상이익은 7천252억원, 당기순이익은 5천260억원이다.
◆ 품질이슈, 현대기아차 신용도에 부정적
현대기아차의 품질 이슈는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 반복되는 품질 이슈와 판매보증 충당부채의 변동성 확대로 수익성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약화되었고 ▲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으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며 ▲ 중장기 현금흐름에도 부담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금번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이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경쟁사 대비 양호하게 실적을 방어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판매믹스 개선과 판매량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현 신용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Credit Profile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신평은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