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본격화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9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내줄 때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한시적으로 강화했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농협은행 9일부터 DSR 조정
농협은행은 9일 주택관련대출은 DSR이 80%를 초과하면 대출이 거절된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DSR 기준이 100%에서 80%로 강화됐다.
농협은행은 대출상품 우대금리도 연말까지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주요 주택담보대출 최대 우대금리는 0.4%포인트(p), '신나는직장인대출'과 'NH튼튼직장인대출' 등 우량 신용대출 우대금리는 0.2%p 줄였다. 최종금리는 그만큼 높아진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우대금리도 지난달에 이어 이날 한 차례 더 내렸다.
이날부터 '올원 직장인대출'과 '올원 마이너스대출'의 우대금리가 0.7%p에서 0.5%p로 낮아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DSR 조정과 우대금리 인하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고, 내년 1월4일부터는 이전 기준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우리은행 일부 상품 판매 중단
하나은행은 이달 16일부터 일부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내부적으로 정해둔 한도 소진이 임박하자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상품은 가가호호담보대출(MCI), 변동금리모기지론(MCG), 원클릭모기지론(MCI), 혼합금리 모기지론(MCI, MCG), 아파트론(MCI, MCG), 월상환액 고정형 모기지론(MCI, MCG)이다.
MCI나 MCG 대출을 이용하면 돈을 빌리려는 집주인이 소액임차보증금만큼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 대출이 중단되면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이유로 MCI, MCG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 일부 경우에 한해 전세자금대출도 중단했다.
구체적으로 ▲ 임대인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나 감액 조건으로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경우 ▲ 다른 은행에서 이미 전세대출을 받았으나 우리은행으로 갈아타려는 경우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측은 "전세자금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연말까지 전세대출 조건부 취급 제한을 하는 것"이라며 "실수요자에게만 전세대출을 내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은행 전세대출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게 유지된 까닭에 9월과 10월 두 달 새 우리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2조7천억원 넘게 급증했다.
▲신한·국민 일부 대출 DSR 조정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앞서 각각 9월과 10월에 이미 일부 대출의 DSR 기준을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9월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책정할 때 신규고객에게는 DSR 100%를, 기존고객에게 120%를 적용하던 것을 신규고객과 기존고객 모두 100%로 맞췄다.
국민은행은 KB무궁화신용대출(경찰청 협약)과 집단신용대출 DSR 기준을 기존 70%에서 지난달 16일 40% 이내로 조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70% 초과 대출을 전체 대출의 15% 이내, 90% 초과 대출 비중은 10% 이내로 제한하라는 금융당국 규제에 따라 자체 대출 실행 기준을 수시로 조정한다"며 "게다가 올해 가계대출 총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규제 기준인 연말을 앞두고 판매 중단과 금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610조원에서 지난달 말 656조원으로 약 7.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