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택배기사의 과로를 방지하는 대책으로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택배기사도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해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인력 충원과 배송 수수료 인상 관련 문제를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협의회’ 논의 과제로 남겼다. 분류작업 역시 명확한 지침이 없었으며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분류작업을 명확화·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협의회는 택배기사와 택배사 단체뿐 아니라 소비자 단체, 대형 화주, 국회, 정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택배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그 한도에서 작업을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는 대부분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사나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다. 특고는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장시간 근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주간 택배기사에 대해서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제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오후 10시를 배송 마감 시각으로 정하고 심야 배송이 계속될 경우 작업체계를 조정해 적정 작업시간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후 10시부터는 업무용 앱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현미 장관은 "택배기사 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홈쇼핑 등 대형 화주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고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는 1건당 80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배송 수수료가 하락할수록 택배기사는 소득 유지를 위해 배송을 많이 해야 한다.
정부는 배송 수수료를 떨어뜨리는 대형 화주의 이른바 '백마진'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백마진은 택배사가 대형 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로, 배송 1건당 600원 수준이다.
택배기사의 요구에 따라 물량 축소와 배송 구역 조정 등을 하는 시스템을 택배사별로 구축하고, 물량 조정으로 지연 배송이 발생해도 택배기사에게 불이익 조치를 못 하게 할 방침이다.
대리점이 택배기사에게 부과하는 위약금 등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경우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시간, 심야 배송 제한, 분류작업 기준, 갑질 금지 등을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택배 사업자 인정 요건으로 활용하는 등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행 법규상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14개 특고 직종에 속하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에서 제외된다.
한편, 택배기사 인력 충원과 배송 수수료 인상 등의 문제는 노사간 입장차가 커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택배 운임 하락은 몇몇 주요 택배사의 가격 경쟁에 따른 결과로, 인위적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택배 운임 인상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일부는 택배 업계에 대한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택배기사의 과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