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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한달 새 13.6조 증가…대출 막차 수요 영향

지난달 중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4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규제 시행 전 미리 받아두려는 대출 막차 수요 영향으로 7조원 넘게 급증했다.

▲‘막차’ 대출 수요에 가계대출 1달 새 13.6조 증가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천억원으로, 10월보다 13조6천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증가폭으로, 작년 11월 증가 폭(+7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올해 8월(+11조7천억원)에 이어 석 달 만에 최대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715조6천억원)은 6조2천억원 늘었다.

전세자금은 2조3천억원 늘었다. 8∼10월 중 내리 3조원 넘게 늘었다가 이번에 소폭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대출은 전세자금대출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앞서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고 주택 매매 거래 관련 자금수요도 이어지면서 10월에 이어 6조원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잔액 265조6천억원)은 7조4천억원 증가했다.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주식 및 생활자금 관련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말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등이 더해지면서 증가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대출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권 대출 옥죄기…대출 순증은 없었다

다만 12월(1∼7일) 들어서는 은행권 신용대출이 458억원 증가해 사실상 순증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30일부터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을 '핀셋 규제'하는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적용된 영향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4조7천억원)까지 합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8조3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 늘어났다.

▲제2금융권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폭 확대

제2금융권은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대기업 대출은 줄고 중소기업 대출은 7조원 증가

11월 중 은행의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982조원으로, 한 달 사이 6조7천억원 늘었다. 11월만 따지면 한은이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기업 대출은 3천억원 줄었으나 중소기업 대출이 7조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도 역대 11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가장 컸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 수신 잔액은 11월 말 기준 1천914조원으로, 수시입출식예금(+21조3천억원)을 중심으로 21조6천억원 늘었다. 10월 중 증가액(+2조3천억원)의 10개에 가깝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금리가 낮다 보니 수입출식예금으로 자금이 일시적으로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증가 규모가 10월의 14조9천억원에서 11월 6조5천억원으로 줄었다. 머니마켓펀드(MMF, +1조2천억원)는 국고여유자금 회수 등으로 전월(+14조9천억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으나, 주식형펀드(+3조2천억원)는 증시 호조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

금융위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권 가계대출 문 닫는다

연말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하라‘를 주문하며 시중은행을 압박하자 은행들이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는 등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진행한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에서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경고와 압박에 은행들은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