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은행권이 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면서 억대는 물론이고 이제 2천만원 넘는 신용대출조차 받기가 어려워진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원칙적으로 2천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을 막기로 결정했다.
어떤 소비자가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집단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이 2천만원을 넘으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앞서 14일부터 신규·증액 신청과 기존 건을 더해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 신용대출을 원칙적으로 중단한 데 이어 더 강한 대출 규제에 나선 셈이다.
다만 대출 희망일이 내년 1월 4일 이후이거나 대출서류 최초 송부 일이 지난 21일 이전인 경우, 서민금융 지원 신용대출(KB사잇돌중금리대출·KB새희망홀씨Ⅱ·KB행복드림론Ⅱ 등)은 승인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연말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와 이에 따른 리스크(위험)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규제의 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연말을 앞두고 대출 총량 관리 숙제가 발등에 떨어진 은행권은 일제히 가계대출, 그 가운데 특히 신용대출 창구 문을 닫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15일 이후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등을 통한 직장인의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고, 우리은행도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연말까지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전세대출 모집도 막을 방침이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과 비슷하게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나은행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전문직 신용대출 기본 한도를 1억5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1억원이나 축소할 예정이고, 이미 신한은행은 직군별로 2억5천만∼3억원이었던 전문직 신용대출 상한을 일제히 2억원으로 낮췄다.
▲홍남기 "고액·고소득 신용대출 관리 강화 점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고액·고소득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발표한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주택수요 관리 방향을 두고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 고액·고소득 신용대출에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적용, 고액 신용대출 사후관리 강화 등 대책들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올해 주택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취득, 보유, 처분 전(全) 단계에 이르는 투기수요 차단 장치를 마련했다"며 "내년 6월에는 임대차 신고제, 단기보유·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예정된 만큼 이 제도들이 시장에서 연착륙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1분기 중에 상환능력 기반 여신심사 유도를 위한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가계 유동성도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