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외 다수의 외지인이 '농지 투기'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고양, 세종시 등 공직자들의 땅투기 의혹 사례도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투기 목적의 농지(전·답)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 30여 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투기 의심 농지를 찾아낸 곳은 경기도 시흥 과림동 일대, LH 직원들의 투기가 발각된 지역이다.
201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이 곳에서 매매된 전답을 전수 조사한 결과 외지인이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걸로 의심되는 필지가 30여 건 발견됐다고 참여연대·민변은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우선 농지 소유자 주소가 서울, 경남, 충남 등 농지와 먼 필지가 9곳 발견됐다.
서울 송파구·서초구·동대문구에 사는 3명이 1개 필지를 공동 소유하거나, 충남 서산·서울 강남구에 사는 2명이 땅을 나눠 가진 경우도 발견됐다.
참여연대·민변은 우선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서울·경남·충남 등으로 시흥과 거리가 먼 9건을 투기 의심 사례로 꼽았다.
이들이 농지법상 농지 소유의 요건인 '자기 농업경영'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참여연대·민변의 설명이다.
대출을 수억 원씩 받은 의심 사례도 18건 나왔다. 18건 중 15건은 채권 최고액이 거래 금액의 80%를 넘을 정도로 매입대금의 상당액을 대출로 충당한 걸로 나왔다.
채권최고액이 통상 대출금의 130% 안팎으로 설정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농지 매입 대금의 상당 부분이 대출로 충당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참여연대·민변은 설명했다.
토지 소유자들이 주로 자금을 빌린 은행은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이었다.
참여연대, 민변의 현장 실사 결과에 따르면 농지로 매입해놓고 고물상 등으로 용도와 다르게 활용한 경우도 4건 파악됐다.
참여연대·민변은 "과림동 1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된 전답 131건만 분석해도 3분의 1가량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기 영농 목적이 아닌 토지 매매가 공직자의 친인척인지, 공직자가 차명으로 투기한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업농과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법인만 농지 소유·임대차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농지 전용 억제와 투기 방지, 전업농 육성을 위한 농지 관련 세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前 광명시의원 가족, 개발계획 발표전 예정지 내 토지 곳곳 매입
경기 광명시의회 전 시의원의 가족이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인 광명지역 곳곳의 토지를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 공동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전 시의원이 의정활동 기간 매입한 이 토지들은 1∼2년 뒤 개발계획이 발표된 사업지구에 모두 포함돼 지역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7일 광명시 가학동 일대 토지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A 전 시의원의 남편과 딸 등 3명은 2016년 1월 11일 가학동 광명동굴 진입로 변 밭 4천900여㎡를 대출 12억4천만원을 포함, 총 17억8천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같은 날 A 전 시의원의 딸 등 5명은 평택∼파주고속도로 인근 임야 6천400여㎡도 11억7천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이 토지에는 4개월여 뒤 5억5천여만원 대출에 의한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2개월여 뒤 A 전 시의원의 남편 등 4명은 이 임야 옆 논 2천500여㎡를 7억5천만원(대출 5억5천만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첫번째 토지는 1년여 뒤인 2017년 7월 발표된 광명동굴테마형 복합관광단지(55만7천500여㎡) 조성지에 포함됐고, 두번째와 세번째 토지는 매입하던 해 10월 발표된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조성사업 부지(244만9천여㎡)에 포함됐다.
A 전 시의원은 가족 등이 이 토지들을 매입할 당시 시의 사업계획서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 사전에 개발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A 전 시의원 가족 등이 이들 토지를 매입하면서 받은 대출은 전체 매입가격 37억원의 62%인 22억9천만원에 달한다.
특히 광명동굴 진입로 변 매입 토지는 비닐하우스를 설치, 농업용이 아닌 창고 형태로 사용하다가 적발돼 지난 1월 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친 명의 땅투기 의혹' 김은영 하남시의원…남편도 불법 형질변경
'모친 명의 땅 투기 의혹'을 받는 경기 하남시의회 김은영(더불어민주당)의원의 남편이 소유한 교산신도시 인근 땅도 불법 형질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남시는 김 의원 남편 명의의 천현동 4개 필지 2천477㎡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불법으로 형질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형질 변경된 땅은 그린벨트 임야로 2007년 8월 매입한 뒤 불법 개간해 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도 설치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 땅은 교산신도시와 인접해 상당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지역 부동산 업계는 예상했다.
공교롭게도 교산신도시로 편입된 김 의원 모친 명의의 땅과는 불과 250m 거리에 있다.
김 의원의 모친은 2017년 4∼10월 천현동 4개 필지 3천509㎡(1천63평)의 땅을 매입했으며 해당 땅이 교산신도시로 편입되며 지난해 12월말 3.3㎡당 8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아 2배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이 땅은 주차장으로 불법 형질 변경돼 2019년 말부터 월 200만원에 임대되기도 했다.
해당 땅과 관련, 김 의원 남편이 6억원의 근저당권자로 돼 있었고 김 의원 부부가 매매와 임대 계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모친 명의로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前 행정도시건설청장, 가족 명의 세종시 땅 매입…이해충돌 논란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재임 시절 아내 명의로 시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책임지는 최고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전 행복청장 A씨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 말 세종시 연기면 눌왕리에 아내 명의로 토지 2필지(2천455㎡)를 매입했다.
2017년 1월 당시 ㎡당 10만7천원이었던 공시지가는 3년 만에 15만4천원으로 43%가량 올랐다.
이어 퇴임 이후인 그해 11월 말에는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의 한 토지 622㎡와 함께 부지 내 지어진 경량 철골 구조물을 매입했다.
인근 와촌·부동리 일원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주변부 개발로 인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과천지역 단독주택을 매각한 뒤 마당에서 키우던 개를 키울 부지로 애초 장군면 지역을 알아보던 중 종중 땅이 싸게 나왔다는 부동산의 권유를 받고 토지를 샀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착할 생각으로 샀고, 연서면 산단 예정지역과는 직접 연결하는 도로도 없어 거리상으로도 멀다"며 "신도시에 노른자위 땅이 더 많은 것을 아는데 굳이 왜 외곽 지역에 땅을 샀겠느냐"고 반박했다.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원 270만㎡는 2018년 8월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내년부터 보상에 들어간 뒤 2023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1조5천억 원가량을 들여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고양시 "일부 공무원 창릉신도시 인근 땅 소유…경위 조사"
경기 고양시 일부 공무원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창릉 공공주택지구 인근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감사실 자체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이들의 토지 매입 세부 내역과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16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 감사실이 지난 10일부터 창릉 공공주택지구 등에 대한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공무원이 창릉 지구 인근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고양시 공무원 3천599명과 도시계획과 전·현직 직원의 가족 420명이 대상이다.
시 감사실 관계자는 "현재까지 창릉 신도시 인근에 땅을 소유한 직원이 몇 사람 나오기는 했다"며 "직접 농사를 짓거나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건축하기 위해 토지를 산 것인지 등에 대한 조사는 더 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창릉 신도시 내 땅을 소유한 고양시 공무원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8개 지구에서의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토지거래 조사 결과에서는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 중 창릉 신도시에 2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부동산 투기 '조사 거부' 공직자 징계·고발키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직자 전수조사에 착수한 경기도가 조사를 거부하는 공무원에 대해 징계 조치, 수사 의뢰, 고발 검토 등으로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개인정보 동의를 거부하거나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한편 부패행위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도는 현재 본인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공무원 1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당하지 않은 사유가 확인될 경우 지방공무원법상 신의성실 의무 미준수 등을 들어 중징계 처분할 방침이다.
앞서 도는 2013년 이후 도시주택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근무한 전·현직 직원 1천574명(파견자 3명 포함)을 대상으로 본인과 가족의 개인정보 동의서를 제출받고 있다.
가족의 범위에는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그 형제·자매까지 포함됐다.
15일까지 도청 공무원 697명 중 1명을 제외한 696명이, GH 직원 650명 전원이 본인의 정보 활용을 위한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어 19일까지 조사대상 퇴직자와 전·현직 직원 가족의 개인정보 동의서를 제출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