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GM·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진화 어렵고 원인도 불투명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을 선언하며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구에서는 주행 중이던 포터2 일렉트릭(EV)에서 연기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소방당국은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중에서는 화재 발생 1호가 된다.
현대차가 대규모 리콜 조치까지 취했던 현대차 코나 EV도 지난달 충남 보령과 노르웨이에서 2건의 화재가 더 발생했다.
두 차량 모두 주차 중이었지만 충전 중인 상태는 아니었고, 작년 3월 이후 생산된 신차여서 리콜 대상도 아니었다.
현대차는 코나 EV의 연이은 화재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자 지난 3월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1조4천억원을 투입해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전 세계 7만5천680대의 코나 EV를 리콜한 바 있다.
그러나 리콜 조치 이후에도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화재 건수는 2018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국내 12건과 해외 5건 등 총 17건으로 늘어났다.
현대차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이 생산한 전기차에서도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미국에서 충전 중이던 쉐보레 볼트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2019년식으로, GM이 작년 11월 실시한 리콜 방침에 따라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은 상태였다.
GM은 앞서 2017∼2019년식 볼트 EV 6만8천600여대에 대해 리콜을 시행해 충전량을 9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 뒤, 지난 4월 배터리 모듈 기능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다시 100%까지 충전이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리콜 조치 후에도 또 불이 나면서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볼트 EV 화재가 최소 10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테슬라가 고급 세단 시장을 겨냥해 새롭게 출시한 '모델S 플레이드'에서도 미국에서 운전 중 화재가 발생했다.
모델S 플레이드는 지난달 10일 출시된 테슬라의 고급 전기차로, 2012년 모델S 출시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모델S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안전성 확인 등의 이유로 모델 S 플레이드의 출시를 당초 2월에서 6월로 연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작년 12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차량이 벽면을 들이받은 뒤 불이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차 특성상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꽃이 계속해서 다시 살아나면서 화재가 장시간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사고 당시에도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발생하면서 진화 작업에 무려 5시간이 걸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화재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전기차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배터리 등의 안전성도 차차 보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