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오는 29일 500억원대의 채권 이자 지급일을 또 맞는다.
헝다는 지난 23일에도 투자자들에게 채권 이자를 제대로 주지 못한 채 가까스로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 나오지 않도록 임시로 사태를 봉합했는데 또 한차례의 유동성 고비에 맞닥뜨리게 됐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는 오는 29일 2024년 만기 도래 달러 채권의 이자 4750만 달러(약 559억원)을 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추가 투자 유치 등의 방법으로 헝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헝다가 이날 채권 보유인에게 예정된 이자를 온전히 지급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
헝다는 지난 23일일 첫 고비 때도 채권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23일 헝다는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82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2억원)을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했다.
헝다는 이날 달러 채권 이자를 내지 못했지만 계약상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어 아직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또 헝다는 위안화 채권 보유 기관과 개별 접촉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는데 시장에서는 온전히 이자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채권 보유 기관과 사적 협상을 통해 이자 전체 또는 부분 지급 시한을 연장하는 등의 미봉책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헝다의 자금 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적은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헝다가 결국 일부 채권의 공식 디폴트를 선언하고 핵심인 부동산 사업의 전체 또는 일부분을 당국의 통제하에 있는 국유기업에 넘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부상했다.
헝다 본사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의 위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헝다의 전기차 회사인 헝다자동차는 직원 급여 일부와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확인하면서 심각한 자금 위기를 맞은 가운데 자금을 투입해줄 전략 투자자를 계속 찾고 있다고 공시했다.
헝다 측은 비핵심 계열사인 헝다자동차를 샤오미 등 다른 회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헝다 위기가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는 헝다의 채무불이행 위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경제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부총리는 26일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우전(烏鎭)에서 개막한 세계인터넷대회 축사에서 "중국 거시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해본 경험과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발전 전망은 매우 밝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당국은 아직 헝다 사태를 관망하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헝다를 파산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면서 시장 불안 완화를 도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인민은행은 전주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2700억 위안(약 49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한 데 이어 월요일인 27일도 역(逆)RP(환매조건부채권·레포)를 통해 금융권에 1천억 위안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