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최근 베트남에서 생산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폐쇄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이키는 최근 베트남 현지 공장 폐쇄로 10주간 생산 손실을 보았으며 향후 8개월간 제품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증권사 BTIG는 이번 손실액은 나이키 신발 1억 켤레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나이키는 또한 다른 국가에서 신발 생산을 확대하고 있고 의류 생산을 중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신발 브랜드 크록스의 앤드루 리스 최고경영자(CEO)도 9월 중순께 일부 생산을 베트남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 중이며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 제조 시설을 늘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시설의 탈(脫) 베트남을 추진 중인 미국 기업은 이 두 곳 외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 제조업체 100개사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 기업의 5분의 1이 이미 생산시설 일부를 다른 국가로 이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4개월 가까이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봉쇄령이 내려진 지역의 기업들은 직원들을 공장에서 숙식하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곳이 급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를 겪었다.
최근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돼 공장 가동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농촌 지역으로 돌아간 현지 인력들이 백신을 아직 접종하지 않았을 경우 공장으로 복귀를 꺼릴 것이고 성(省) 간에 여행 금지도 인력 보충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이번에 공장 폐쇄라는 강력한 조처를 한 점이 산업시설 입지로서 베트남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저널은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일부 수출 기업은 계속해서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게 해줬고, 중국은 일부 항구와 특정 공장만 선별해서 폐쇄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한편, 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120일 만에 베트남 당국은 점진적으로 재개할 것을 밝혔다.
베트남 당국은 코로나19 발생과 사망자 수가 감소해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하노이 시 봉쇄 규제 완화 결정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6.17% 감소했다는 발표 이후 나왔다. 봉쇄 조치가 분기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기업들은 이번 봉쇄 완화 조치에도 노동력 부족을 크게 우려했다.
베트남 상공회의소(American Chamber of Commerce Vietnam)의 메리 타노프카(Mary Tarnowka) 사무총장은 "공급망은 하룻밤 사이에 회복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8월 말에 실시된 미국 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3%는 운영을 중단했거나 최소한의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거의 50%는 시설의 50% 이하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