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이 전자·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부품 품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 재경(第一財經)은 7일(현지 시각)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력 공급 제한이 자국 내 일부 반도체 공급망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면서 그 여파가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HP, 델과 같은 미국의 전자·자동차 업체들을 넘어 퀄컴과 인텔 등 반도체 업체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력 공급 제한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끼친 영향이 큰데 특히 장쑤성과 광둥성 일대의 관련 기업들이 받은 충격이 가장 심각하다"며 "기판, 전자소재, 발광다이오드(LED)과 같은 상품 공급이 일단 중단되면 전체 공급망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작은 공급망 기업이 영향을 받아도 큰 회사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라며 "전자 산업의 공급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비즈니스 코리아(Business Korea)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난은 물류 차질과 함께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2개 낸드플래시 제조 라인(fabs)을 운영 중으로 이 시설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SK 하이닉스도 우시(장쑤성 남부에 있는 도시)에 D 램 제조 라인(fabs)을 가동 중으로 D 램의 출하량의 10%를 맡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전국적인 전력난으로 인해 반도제 제조 시설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일 재경은 닛케이 아시안 리뷰 보도를 인용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르웨광(日月光·ASE)이 이미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전력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웨광은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에서 반도체를 받아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패키징 및 테스트 등 후공정 처리를 맡는 기업이어서 이곳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면 최종 수요자들에게 반도체 제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쑤성에 있는 아이폰 조립 업체 허숴(和碩·PEGATRON)도 전체 전기 사용량을 10% 이상 줄여 사용하고 있다.
중국 톈펑(天風)증권은 보고서에서 최근 출시된 아이폰 13의 심각한 재고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애플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부품 공급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석탄 공급 부족과 중국 정부의 고강도 탄소 배출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최근 심각한 전력 공급 제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쑤성, 광둥성 등 중국의 31개 성·직할시 중 20여 곳이 9월 중순부터 각 지역에서 공장에 전기 공급을 줄이거나 아예 끊는 '전기 배급'에 나섰다.
앞서 지난 9월 말 환구시보(Global Times, 호나구) 보도에 따르면 외국계 반도체 공급 업체를 포함해 중국 내 많은 반도체 칩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급등하는 석탄 가격과 중국 당국의 에너지 소비 절감 정책으로 전국적인 전력 부족 사태 여파로 인해 반도체 생산이 멈췄다.
NXP와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의 반도체 패키징 재료 공급업체인 CWTC는 장쑤 성 쑤저우에 있는 자사 공장이 전력 절감에 관한 현지 정책에 따라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반도체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중국 동부 장쑤(江蘇) 성 쿤산(Kunshan)에 본사를 둔 반도체 생산 회사인 ASE 쿤산(ASE Kunshan)은 회사가 지방 당국으로부터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정전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정전 사태로 인해 생산이 멈추면서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심회 돼 반도체 칩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 지후아(Ma Jihua) 산업 분석가는 환구시보에 "전력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칩 부족이 심화될지라도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난에 따른 정정 사태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중국 국가 산업 활동의 44%가 전력 부족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이전 전망치인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