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항만 물류 대란으로 연말 특수를 기다린 대형 유통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수입 화물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로스앤젤레스(LA) 항만과 롱비치 항만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자 유통 업체들이 화물선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겟돈'(컨테이너와 아마겟돈 합성어)에 뛰어들었다고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화물선 60척 둥둥…"코로나19로 항구 일손 급감한 탓"
LA와 롱비치 항 앞바다에는 현재 수십억 달러어치 수입품을 실은 컨테이너선 60여 척이 짐을 내리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연말 대목을 앞둔 미국의 수입 화물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컨테이너선 입항과 화물 하역 작업에 정체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모든 미국 수입품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미국 제1항만 복합항만에서 한 척 이상의 배가 대기선에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7일 (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진 세로카 LA 항만 이사는 "고속도로 10차선을 5차선으로 줄인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몇 주 전 시작된 항만 대란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최악일 때는 화물선이 71척까지 몰려있었다.
이들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는 50만 개 정도로 추정되며, 의류, 가구, 전자제품 등이 실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온 이들 제품은 연말 특수를 노리고 일찌감치 화물선에 실렸으나 막상 육지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하역 인력 등이 부족해진 탓에 화물선에서 내리지 못하는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실제로 LA와 롱비치 항구의 인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RBC 캐피털마켓은 8일 분석했다.
▲월마트 등 유통 업체 비상…"크리스마스에 팔아야 되는데"
서부 항만 물류 대란으로 상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자 대형 유통 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 시즌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유통 컨설팅 업체 SRG(Strategic Resource Group)의 버트 플리킨저(Burt Flickinger) 전문 이사는 "유통 업체는 연말 쇼핑 시즌에 연 수익의 3분 1 이상을 번다. 팔아야 할 제품의 최소 20~25%는 하역을 못해 11월 26일 블랙 프라이데이 킥오프 때 팔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월마트와 홈디포, 코스트코, 달러트리 등은 자구책으로 앞다퉈 자체 화물선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컨테이너 하역에 의존해서는 상품을 제때 진열대에 올려놓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거대 소매업 체인 월마트는 전세 선박을 이용하기로 했다.
올해 여러 척의 선박을 용선한 월마트의 공급망 운영 담당 조 메츠거((Joe Metzger)는 "전세(용선) 선박은 가능한 한 빨리 제품을 옮기기 위해 우리가 한 투자의 한 예일뿐이다"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LA 항이 아닌 인근 별도 부두에 전세 선박을 입항시켜 짐을 내리고 있으며 홈디포는 LA 항을 피해 샌디에이고 항으로 전세 선박을 돌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해운 컨설팅 업체 오션 오디트는 유통 업체들의 화물선 확보전과 관련해 "컨테이너겟돈"이 벌어졌다며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