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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환경 악화에…중국에서 짐싸는 외국 기업들

기업 환경의 악화로 중국에서 짐싸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투자 저널 러브머니(Love Money)에 따르면 미중 무역 전쟁과 지적 재산권 분쟁, 홍콩 자치권 약화 등으로 인해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중국 간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중국을 떠나는 세계 유명 기업이 늘었다.

중국 당국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미중 패권 경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 반(反) 외자 기업 정서가 강해지면서 갈수록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러브머니에 따르면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Gartner)는 공급망 선두 기업의 3분의 1이 2023년 이전에 일부 제조 종장을 중국 외에 국가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떠나는 외국 기업 "갈수록 기업하기 힘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서 26년간 운영해오던 조선소를 연말까지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닝보 조선소는 거제조선소에 선박 블록을 공급했지만, 설비 노후화로 인한 생산효율 저하와 해외 사업장 운영 효율 개선 전략에 따라 철수가 결정됐다.

삼성중공업 철수 방침이 발표되자 닝보 조선소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은 회사가 제시한 안보다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사무실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더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말 도시바 생산 라인이 다렌에 공장을 연지 30년 만에 중단됐다.

도시바는 다롄 공장뿐 아니라 중국 내 24개 도시에 진출한 33개 공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금세기 명목 기준에서 10배 증가한 6.20달러다. 이는 태국 노동자 임금의 두 배다. 인건비 상승뿐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감 역시 일본의 대중국 신규 해외투자액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해석된다.

도시바는 연구개발 기능과 정밀 공정 공장은 일본으로 옮기고, 나머지 자동차용 전장과 가전 등은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강화 분위기 속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링크드 인의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중국 내 이용이 막힌 가운데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해 온 주요 SNS는 링크드 인뿐이었는데, 중국 당국의 규제 등으로 중국 시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MS는 수년간 콘텐츠 규제 등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중국에서 떠나는 미국 기업 추세 [자료=STATISTA]
중국에서 떠나는 미국 기업 추세 [자료=STATISTA]

이에 앞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의 피해자 롯데와 나이키, 아디다스 등도 중국 사업을 접었거나 축소했다.

▶나이키

UBS 에비던스 랩(UBS Evidence Lab)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 공장이 있는 미국 기업의 76%가 2020년에 다른 국가로 사업을 이전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회사의 공급업체의 생산 시설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전해 왔다.

나이키가 신장 지역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자 이에 대한 반발로 중국 내 보이콧이 일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4월 매출이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애플

애플의 제조 부문 대부분은 중국에 남겠지만 중국 생산량 최대 30%를 대만 회사인 폭스콘 플러스 델타 일렉트로닉스(Foxconn plus Delta Electronics), 페가트론(Pegatron)등의 공급업체에 이전할 것을 고려 중이다.

폭스콘 기업은 인도에 공장 확장을 위해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계약 제조업체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 설립 중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애플은 클래식 에어팟의 30%를 중국 대신 베트남에 생산할 계획이며 아이패드의 상당 부분이 2021년 중반 베트남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베트남에 확산하면서 애플의 베트남 진출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 전자

삼성전자는 2019년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했으며 2020년 8월 중국의 PC 공장을 베트남으로 사업 이전했다. 2020년 11월에 TV 생산 공장도 문을 닫았다.

LG전자도 삼성 뒤를 이어 중국에서 일부 제품의 제조 시설을 이전했으며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수출용 모든 냉장고 생산을 중국 저장 성에서 한국으로 이전했다.

▶아디다스

독일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에 있는 독일 기업의 거의 4분의 1이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다.

아디다스의 경우 2010년부터 중국 제조를 절반으로 줄이고 대부분의 생산 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아디다스는 2020년 7월 중국 내 강제 노동이 적발된 공장과의 계약을 끊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중국 전자 상거래 알리바바가 신장 위구르 족에 대한 대우에 대한 반대 입장을 취하자 4월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78%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경제 자립(자급자족)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갈수록 외국 기업들이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거대 기술기업과 부동산 기업 대출, 비트코인, 대중문화, 사교육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주재원들 사이에 중국에서 기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라며 "미중 패권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중국 내 반 외자 기업 정서도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실패한 미국 기업들[자료=Visual CAPITALIST]
중국에서 실패한 미국 기업들 [자료=Visual CAPITALIST]